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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기부제 홍보 열 올리는데... 사용 목적 명시한 곳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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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열흘을 맞은 고향사랑기부제가 예상보다 활기를 띠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지난해부터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유명 인사를 앞세워 흥행몰이에 나섰던 점을 고려하면 기대 이하라는 평가다. 구체적인 기부금 사용처를 제시하지 못한 것도 흥행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10일 고향사랑기부 통합 플랫폼인 ‘고향사랑e음’에 따르면, 이날까지 기부금 모금을 위해 소개 글을 올려놓고 있는 곳은 243개 지자체 가운데 22곳으로 집계됐다. 고향사랑e음에선 지역을 선택해 기부할 수 있도록 했고, 해당 페이지에 기부 독려 글을 넣을 수 있다. 하지만 지자체 10곳 중 9곳이 빈칸일 정도로 관심이 높지 않다.
소멸 위기 지역이 집중된 경북에 소액기부 예정인 정모(45)씨는 “기부자들에게 최소한의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돈만 받으려는 행태를 보고선 ‘급하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좀 더 지켜보고 기부를 하든지 말든지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북도 지자체 23곳 중 안동·경산시, 울진·예천군만 소개 글을 간단히 올려놓고 있으며, 나머지 지자체는 공란이다.
고향을 떠난 이들에게 사실상 유일한 홍보 채널인 기부 홈페이지를 백지로 두고 있는 곳은 경북뿐만이 아니다. 경남도 19개 지자체 중 소개 글을 올린 곳은 사천시와 함양군뿐이다. 전북은 15개 지자체 중 본청과 진안ㆍ임실군 3곳, 전남은 23곳 중 4곳(본청 목포 곡성 구례), 충북은 12곳 중 2곳(옥천 영동), 충남은 16곳 중 1곳(서산)에서만 간단한 소개 글을 띄워놓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개별적인 전화나 이메일, 향우회와 동창회에서도 기부 권유가 금지된 상황에서 해당 페이지는 답례품과 함께 기부를 유도할 수 있는 요긴한 채널”이라며 “시행 초기라고 해도 그 공간을 비워놓고 있는 것은 관심이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가 기부금 사용처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것도 고향사랑기부제의 흥행 부진 요소다. 기금이 어디에 사용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부자가 선뜻 돈을 내놓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243개 지자체 중 현재까지 기금 사용계획을 밝힌 곳은 없다.
고향사랑기금은 관내 취약계층·청소년 지원 등 주민복리 증진에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관련법에서 허용하는 범주일 뿐 구체적인 용도는 지자체가 정해야 한다. 충청지역 한 지자체 관계자는 "기부금 사용 계획을 명확히 알릴 수 있도록 기금위원회를 조속히 설치해 사업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정기부제 도입 및 고향사랑박람회 개최를 통해 고향사랑기부제의 동력을 키워 나간다는 계획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제도 시행 초반에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기부자가 사용 목적을 지정할 수 있는 지정기부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지자체의 노하우와 우수 답례품을 공유하는 고향사랑박람회도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준 전국에서 등록한 답례품 상품은 5,194개에 달한다. 가공식품이 2,159개로 가장 많고, 농산물(1,232개), 축산물(531개), 생활용품(550개), 수산물(418개), 지역상품권(304개)의 순이다. 243개 지자체 중 33곳은 답례품을 아직 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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