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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에 휠체어가 들어올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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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씩 병원 진료를 받는 아버지와 동행한 게 수년째다. 진료 초기만 해도 걷는 데 큰 불편함이 없었던 아버지는 다리 힘이 예전 같지 않아 이제 병원 안에서는 휠체어로 이동해야 한다.
처음엔 휠체어가 영 어색했고, 마음도 편치 않았다. 이전까지 한 번도 아버지의 휠체어를 미는 내 모습을 떠올려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마 아버지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병원에서 짧은 시간이나마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신 듯하다. 휠체어는 아버지와 내 삶에 결코 등장하지 않으리라 여겼던 물건이었다.
병원은 고령의 환자들로 북적이는 곳이기에 다른 건물보다는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의 이동 편의를 고려해 설계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휠체어 사용자에겐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엘리베이터는 휠체어가 2대 들어가면 꽉 찬다. 먼저 탄 사람들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으면, 선뜻 비집고 들어가기 쉽지 않다. 면적이 넓은 환자용 엘리베이터도 있지만 이동 침대의 몫인 경우가 많다. 그렇게 몇 대를 보내고 나야 간신히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다.
맞은편에서 휠체어 사용자가 오면, 간신히 피해 지나가야 하는 좁은 복도도 불편하지만, 가장 힘든 건 화장실이다. 널찍한 장애인용 화장실이 너무 멀어 소변 검사를 위해 아버지와 함께 일반 화장실에 들어간 적이 있다. 비좁은 통로 때문에 휠체어가 안으로 들어갈 수도 밖으로 나오기도 힘든 상황이 됐고, 아버지가 검사용 소변을 채취하는 동안 아무도 그 화장실을 드나들 수 없었다. 휠체어로 인해 모두가 난감하고 민망한 상황을 맞은 것이다.
좀 불편하긴 해도 병원 안에서 휠체어가 물리적으로 가지 못할 곳은 없다. 하지만 병원 밖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어느 전철역을 지날 때 안내 방송을 들었다. "승강장 리프트가 고장 났으니 휠체어 이용 고객은 다음 역에서 내리라"는 것이었다. '세상은 이렇게 위험하고 불편하니 휠체어 사용자는 웬만하면 돌아다니지 말라'는 의미로 들린다. 실제로 아버지는 병원 진료 외에는 거의 외출을 하지 못한다.
이동권과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을 요구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시위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한쪽에선 장애인단체에 대한 혐오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장애인 관련 예산이 대폭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애인의 인권과 복지는 그 사회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여서도, '약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해서도 아니다.
언제까지나 건강하실 줄 알았던 아버지의 휠체어를 보면서, 내 인생에도 언젠가 휠체어가 들어올 수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장애인과 고령자, 임산부, 어린이 등 '교통약자'는 2021년 기준 전체 인구의 30%다. 고령화로 그 비율은 점점 높아지고,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휠체어 사용자라는 이유로, 코앞의 목적지를 두고 다음 역에 내려야 한다거나 맘껏 외출하지 못하고 집 안에서 지내야만 하는 상황이 미래에도 이어진다면, 나는 그걸 용납할 수 없다. 장애인 관련 예산은 결국 미래의 나를 위한 예산이기에 결코 소홀히 다뤄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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