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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쓰린 속 풀어주는 ‘황태덕장’

입력
2023.01.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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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소복이 쌓인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 황태덕장에 줄지어 매달린 황태들이 칼바람을 맞으며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말라가고 있다. 인제=왕태석 선임기자

눈이 소복이 쌓인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 황태덕장에 줄지어 매달린 황태들이 칼바람을 맞으며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말라가고 있다. 인제=왕태석 선임기자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는 ‘황태의 고장’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국 황태 생산량의 70%를 이곳에서 담당하고 있으니 그 이름값이 아깝지 않다. 황태는 명태를 추위와 햇살에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하면서 말린 것으로 황금빛의 보슬보슬한 속살이 일품이다. 용대리에서 황태덕장이 시작된 것은 1960년대다. 그 당시 함경도 청진 등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이 고향의 맛을 잊지 못해 하나둘 덕장을 세웠는데 지금은 강원도 명물이 된 것이다.

눈이 소복이 쌓인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 황태덕장에 줄지어 매달린 황태들이 칼바람을 맞으며 말라가고 있다.

눈이 소복이 쌓인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 황태덕장에 줄지어 매달린 황태들이 칼바람을 맞으며 말라가고 있다.

지난 주말 눈이 내렸다는 소식에 황태덕장을 찾았다. 예상대로 주변 설악산 줄기는 온통 설국이었고, 눈이 소복이 쌓인 덕장은 칼바람에 떨었던 황태를 포근히 덮어 주었다. ‘뽀득뽀득’ 눈 밟는 소리에 혹여 잠자는 황태들이 깰까 봐 조심조심 덕장을 둘러보다 문득 눈 뜬 황태들과 눈이 마주쳤다. 순간 애처로운 눈빛에 가슴이 저려왔다. 북태평양 드넓은 바다를 주름잡던 명태는 어쩌다 한국의 설악산까지 잡혀 와 줄에 매달려 있을까. 고마움과 미안함이 교차했다.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 황태덕장에 황태들이 칼바람에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말라가고 있다.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 황태덕장에 황태들이 칼바람에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말라가고 있다.

계묘년 새해가 밝았지만 우리들의 몸과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세밑 한파 속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가벼워진 지갑과 코로나로 설날 고향으로 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이럴 땐 정치인이라도 황태처럼 자기 몸과 마음을 희생해 서민들의 아픈 속을 달래주면 좋으련만, 이 또한 기대하기 힘들다. 오늘 저녁은 이런저런 잡스러운 생각은 잠시 잊고 시원한 황탯국 한 그릇을 먹어야겠다. 쓰린 속을 달래주는 황태는, 잘 살고 싶은 소망에 희망을 보탤 테니까.

눈이 소복이 쌓인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 황태덕장에 줄지어 매달린 황태들이 칼바람을 맞으며 말라가고 있다.

눈이 소복이 쌓인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 황태덕장에 줄지어 매달린 황태들이 칼바람을 맞으며 말라가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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