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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쓰린 속 풀어주는 ‘황태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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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는 ‘황태의 고장’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국 황태 생산량의 70%를 이곳에서 담당하고 있으니 그 이름값이 아깝지 않다. 황태는 명태를 추위와 햇살에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하면서 말린 것으로 황금빛의 보슬보슬한 속살이 일품이다. 용대리에서 황태덕장이 시작된 것은 1960년대다. 그 당시 함경도 청진 등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이 고향의 맛을 잊지 못해 하나둘 덕장을 세웠는데 지금은 강원도 명물이 된 것이다.
지난 주말 눈이 내렸다는 소식에 황태덕장을 찾았다. 예상대로 주변 설악산 줄기는 온통 설국이었고, 눈이 소복이 쌓인 덕장은 칼바람에 떨었던 황태를 포근히 덮어 주었다. ‘뽀득뽀득’ 눈 밟는 소리에 혹여 잠자는 황태들이 깰까 봐 조심조심 덕장을 둘러보다 문득 눈 뜬 황태들과 눈이 마주쳤다. 순간 애처로운 눈빛에 가슴이 저려왔다. 북태평양 드넓은 바다를 주름잡던 명태는 어쩌다 한국의 설악산까지 잡혀 와 줄에 매달려 있을까. 고마움과 미안함이 교차했다.
계묘년 새해가 밝았지만 우리들의 몸과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세밑 한파 속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가벼워진 지갑과 코로나로 설날 고향으로 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이럴 땐 정치인이라도 황태처럼 자기 몸과 마음을 희생해 서민들의 아픈 속을 달래주면 좋으련만, 이 또한 기대하기 힘들다. 오늘 저녁은 이런저런 잡스러운 생각은 잠시 잊고 시원한 황탯국 한 그릇을 먹어야겠다. 쓰린 속을 달래주는 황태는, 잘 살고 싶은 소망에 희망을 보탤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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