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나경원 딜레마 "지지율이 깡패" vs "유승민의 길"... 연일 공방 가열

대통령실 노골적 '나경원 견제'에 연일 공방
정치적 갈림길 선 나경원 퇴로 좁아져
'범윤석열'이냐 '비윤' 당대표냐 딜레마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2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동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2023 대구·경북 신년 교례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나경원 딜레마' 공방이 연일 뜨겁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 결정을 앞두고 고심을 거듭하는 가운데, 장내외 논쟁까지 가열된 탓이다. '당대표 여론조사 1위' 지지율이라는 명분과 '윤심(尹心 · 윤석열 대통령의 뜻) 역풍 리스크'가 연신 맞선다. 최근 대통령실과 친윤계가 노골적 견제구까지 던지면서 셈법이 더 복잡해진 것도 공방전을 가열시키고 있다.

"지지율이 깡패다"

김용태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지난 9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에서 대통령실 및 당 안팎에서 나 부위원장을 향한 불출마 요구가 쏟아지는 상황을 두고 "지지율이 깡패"라며 "민주공화정에서는 국민과 당원이 부르면 거기에 응답하는 것이 정치인의 사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나 부위원장이 지금 별의 순간(을 맞았다)고 생각된다"며 "더 용기를 내야 된다"고 출마론에 힘을 실었다.

앞서 이날 국회에서 국민의힘 청년당원 100인은 ‘당원 중심 공정 전대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나 부위원장의 전대 출마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들은 “'윤심'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고, 답은 정해졌으니 당원들은 정해진 대로 투표나 하라는 식의 '답정너' 전당대회는 국민께 큰 실망을 안길 뿐”이라며 대통령실을 직격했다.

출마론이 이처럼 거세진 것은 친윤계의 견제가 보다 선명해지면서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자신의 페이스북에 "골대를 들어 옮기는 것으로 안 되니 이제 자기 팀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선수들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고 지적하면서 대통령실과 친윤계에 날을 세웠다. 앞서 당이 전당대회 선출 방식을 '당원투표 100%'로 변경한 일과, '나 부위원장 불출마론'이 거세지는 상황을 묶어 비판한 것이다. 이들은 무엇보다 친윤계나 대통령실의 압박이 전당대회 개입 등으로 비춰 여론이 돌아서는 일을 경계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식품의약품안전처·질병관리청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유승민의 길 갈 거냐"

하지만 나 부위원장에 대한 친윤계의 십자포화도 만만치 않다. 목표 타깃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 등이다. 당내 최대 친윤 의원 모임인 '국민공감' 소속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9일 SBS '주영진의 뉴스 브리핑'에 나와 "만약 이런 식으로 정부와 반해서 본인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예전의 '유승민의 길' 아니냐"고 나 부위원장을 압박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맞서는 이미지로 낙인찍혀 당내 입지가 좁아진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의 상황에 빗댄 것이다.

국민공감의 또 다른 구성원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을 받아 놓고 석 달도 채 안 돼 던지고 당대표 선거에 나오겠다는 것은 스스로 공직의 무게를 감당하기엔 아직 멀었다는 자백"이라고 썼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회의론에 힘을 실은 상태다. 홍 시장은 9일 페이스북에 나 부위원장을 향해 "자기 역량, 노력, 지식으로 국민에 대한 진심을 갖고 정치를 해야 정치생명이 오래간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며 "여기저기 시류에 따라 흔들리는 수양버들로 국민들을 더 현혹할 수 있겠느냐"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그냥 조용히 침잠의 시간을 가지는 게 좋지 않겠냐"며 사실상 불출마를 촉구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를 위한 이기는 캠프 개소식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앞서 나 부위원장은 지난 3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당대표 출마 여부를 두고 "아직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며 "'나가라 말라' 이렇게 말씀을 안 하겠지만, 그래도 대통령이 저한테 인구 문제 업무를 맡기셨기 때문에 충분히 말씀을 나눠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또 5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는 출산 시 대출 원금과 이자를 탕감하는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이튿날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 브리핑을 통해 "본인의 의견으로 오히려 윤석열 정부의 관련 정책 기조와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대통령실은 8일에는 “부위원장 해촉 검토”를, 9일에는 “고위 공직을 당대표 선거를 위한 도구로 활용”이라는 언급을 내놓으며 사퇴를 압박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