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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무렵 직원들은 털실 뭉치를 들고 모여 앉았다

입력
2023.01.10 13:00
수정
2023.01.1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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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마케팅 스타트업 스토어링크 체험기 2회


편집자주

한국일보 스타트업랩의 인턴기자 H가 스타트업을 찾아갑니다. 취업준비생 또래인 H가 취준생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 스타트업에 들어가 3일 동안 근무하며 취준생들의 눈높이에서 살펴본 관찰기를 매주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스타트업들의 땀과 노력, 취준생들의 기대와 희망을 여기 담아 전달합니다.


스토어링크 직원들이 사내 동아리 에서 뜨개질을 하고 있다. 박세인 인턴기자

스토어링크 직원들이 사내 동아리 에서 뜨개질을 하고 있다. 박세인 인턴기자


디지털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신생기업(스타트업) 스토어링크에서는 특이한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업무를 끝내고 퇴근하기 전, 직원들이 삼삼오오 털실 뭉치를 들고 회사 라운지에 모입니다. 이렇게 모인 직원들은 동료 직원의 지도 아래 자이언트얀이라는 두꺼운 실을 이용해 가방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어리둥절한 H에게 옆자리 직원이 사내 공예 동아리라고 귀뜸을 해줬습니다. 그 옆에 앉아 같이 뜨개질을 해봤습니다. 그렇게 직원들은 취미를 공유하면서 남다른 친밀감을 느낍니다. 함께 뜨개질을 한 재무팀 김은지씨는 동아리를 통해 애사심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동아리를 하며 직원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무엇보다 평소 자주 보지 못한 다른 팀 직원들과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이처럼 이 업체는 동아리를 활발하게 운영하는 점이 특징입니다. 세 명 이상이 모이면 누구나 동아리를 만들 수 있고 참가 인원 당 2만 원을 회사에서 지원합니다. 연극, 영화, 전시회 등을 관람하는 동아리, 다같이 다이어트 도시락을 먹는 '다도회', 가죽 공예와 손글씨(캘리그라피) 동아리 등 6개의 동아리가 있습니다. 동아리마다 7~8명의 직원들이 모여 있습니다.

경제 공부 동아리 '그로스클럽'을 운영하는 김영민씨는 동아리 활동이 업무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동아리를 하면 평소 대화는 물론이고 업무 이야기를 나눌 때도 소통이 편해요. 동아리 덕분에 회사의 경직된 분위기가 많이 풀어졌죠."

정용은 스토어링크 대표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 사이에 아무 때나 출근하도록 했습니다.

퇴근 시간도 자유롭습니다. 하루 최소 4시간, 최대 10시간 근무해 주 35시간만 채우면 되기 때문에 오후 3시 퇴근도 가능합니다. 부서에 따라 다르지만 아침에 당일 재택 근무를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오랫동안 함께 일 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단 자유로운 근무만큼 맡은 일은 꼭 정해진 기한 내 마무리 하는 책임감을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합니다."


스토어링크 직원들이 '퍼그왕 무물보' 행사를 위해 정용은 대표를 기다리고 있다. 박세인 인턴기자

스토어링크 직원들이 '퍼그왕 무물보' 행사를 위해 정용은 대표를 기다리고 있다. 박세인 인턴기자

동아리 못지 않게 흥미로운 것은 '퍼그왕 무물보'(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는 사내 간담회입니다. 직원들은 강아지의 한 종류인 퍼그를 좋아하는 정 대표를 '퍼그왕'이라고 부릅니다. 넓고 쾌적한 회사 라운지에 신입사원부터 고참까지 모두 둘러앉아 정 대표에게 궁금한 점을 허심탄회하게 물어보는 자리입니다.

"퍼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정 대표는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저도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어느 순간부터 퍼그 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스트레스를 풀었어요."

정 대표가 젊은 나이에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들도 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궁금하면 무엇이든 해보는 성격이라 사업에 관심이 많았어요. 아버지도 사업을 하셨고 주변에 사업하는 사람들이 많았죠."

H는 정 대표의 발표 실력이 좋다는 직원들의 말을 듣고 발표 잘하는 방법을 물어봤습니다. "원래 발표를 잘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연습을 많이 했죠. 잘 하는 사람들은 술 마신 뒤에도 연습을 하더군요."

스토어링크 직원들이 조직문화 태스크포스 회의에서 사내 문화 개선을 위해 이야기하고 있다. 박세인 인턴기자

스토어링크 직원들이 조직문화 태스크포스 회의에서 사내 문화 개선을 위해 이야기하고 있다. 박세인 인턴기자

사내 문화를 발전하고 개선하기 위한 '조직 문화 태스크포스(TF)'도 있습니다. 이 회의에 참석해 보니 직원들이 일하기 편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의견들이 오고 갔습니다. "회의실 예약 시간을 넘겨 회의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바로 다음 시간을 예약한 팀이 난처해요. 회의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회의실에 시간 엄수 포스터를 붙이면 어떨까요." "아침에 웃으며 인사하기 같은 문구를 출입문에 붙이면 좋겠어요." 인사팀뿐 아니라 기획팀, 개발팀, 디자인팀 등 업무와 상관없이 누구나 회사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 TF에 참여하는 모습이 새로웠습니다.

매달 한 번 무작위로 다른 팀원들과 점심식사를 하는 '밍글데이'도 흥미로웠습니다. 최단비 인사 담당자는 사내 직원들 간 활발한 소통을 위해 도입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팀 별로 맡은 업무의 양과 내용이 달라 일부러 식사 자리를 만들지 않으면 다른 팀원들과 교류할 기회가 적어요. 성격유형검사(MBTI) 유형이 같은 직원들끼리 조를 짜서 식사를 한 적도 있죠."

이 업체의 재미있는 문화의 끝판왕은 워케이션입니다. 워케이션은 사무실을 떠나 휴양지에서 일하는 것을 말합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일과 휴가를 동시에 즐기며 심신의 피로를 풀죠. 스토어링크는 제주 애월에 2층짜리 단독 주택을 계약해 최대 8명이 날짜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직원들끼리 함께 숙소를 신청해 갈 수도 있고, 가족이나 지인들을 데리고 갈 수 있습니다.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차량까지 제공합니다.

정 대표는 앞으로 복지 차원에서 워케이션 장소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회사를 벗어나 자유롭게 근무지를 선택해 일하고 싶은 곳에서 일하면 창의적 아이디어도 나오고, 업무 효율도 높아지죠. 앞으로 제주 이외에 워케이션 장소를 더 만들 계획이에요."

스타트업랩 H(박세인 인턴기자)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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