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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보다 가벼운 공과 라켓으로 "부상 없이 평생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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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오금공원 다목적경기장 내 소프트테니스코트에 10여명의 생활체육인들이 라켓을 들고 모였다. 서울 송파구소프트테니스협회 소속 회원들이었다. 이날은 최저 영하 6도, 한낮 최고기온도 영상 3도에 머물 정도로 쌀쌀한 날씨였지만, 이들은 찬 바람도 아랑곳하지 않고 랠리를 주고 받았다.
언뜻 보기엔 테니스 경기 시작 전 몸을 푸는 모습과 별반 다를 바 없었지만, 자세히 보면 사용하는 공이 달랐다. 연두색 빛을 띠는 테니스공과 달리 하얀 고무공이었다. 라켓도 테니스라켓에 비해 다소 작았다. 이들이 즐기고 있는 운동은 흔히 ‘약식 정구’로 알려진 소프트테니스. 공과 라켓의 무게가 테니스와 비교해 가벼운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김영욱(72)씨는 “일반 테니스는 공이 딱딱해서 팔꿈치 부상 등을 입을 확률이 큰데, 소프트테니스는 나이가 들어서 하기에도 큰 무리가 없는 운동”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그는 중학교 2학년때부터 60년 가까이 큰 부상 없이 소프트테니스를 즐기고 있다. 그는 1977년과 1979년 세계선수권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한 엘리트 선수 출신이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단체전 준우승, 개인전 3위에 입상했을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도 소화했다. 현역 은퇴 후에는 건강을 위해 라켓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날 모임의 최고령자인 이병용(84)씨도 소프트테니스를 “지속 가능한 운동”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1974년부터 테니스를 쳤는데, 나이가 들면서 팔꿈치가 아팠고 무릎 수술도 해야 했다”며 “그 밖에도 회전근개 손상, 추간판협착 등 부상이 와서 테니스를 그만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더 이상 라켓을 들 수 없을 거란 생각에 낙심했던 그에게 소프트테니스는 한 줄기 빛이었다. 그는 “지인의 권유로 2011년부터 소프트테니스를 시작했는데, 공과 라켓이 가벼워 몸에 무리가 오지 않았다”며 “오히려 테니스보다 더 뛰어야 하다 보니 테니스를 칠 때보다 더 건강해졌다”고 덧붙였다.
소프트테니스는 공과 라켓의 종류와 무게뿐만 아니라 네트의 높이도 테니스와 약간 다르다. 테니스와 소프트테니스는 모두 107㎝ 높이의 네트를 사용하지만, 중력을 거스르는 방식에서 차이가 난다. 테니스는 중력으로 인해 네트가 늘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센트 스트랩과 앵커라는 도구를 사용해 네트 한 가운데 높이를 91㎝로 고정시킨다. 이 때문에 테니스 네트는 전체적으로 V자 모양이 된다. 반면 소프트테니스는 네트 전체를 팽팽하게 유지시켜 전체 높이를 107㎝로 유지한다. 작은 차이 같지만 이로 인해 경기운영방식과 전략이 바뀐다. 단적으로 테니스였다면 네트 한 가운데로 넘어갔을 공이 소프트테니스에서는 네트에 걸린다. 그리고 이 차이점이 랠리의 횟수를 늘리고 더 많은 운동량을 불러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 외에도 낙구 위치와 타점도 테니스와 미세하게 다르다. 소프트테니스를 직접 체험해보니 이 같은 차이점이 피부에 와 닿았다. 이날 기자는 회원들의 권유에 따라 직접 라켓을 잡고 몇 차례 랠리를 주고 받았다. 고등학생때 테니스를 친 적이 있어 랠리를 주고 받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많이 튀지 않는 공의 특성 때문에 타점을 잡기 쉽지 않았다. 또 소위 ‘감아 치는’ 드라이브 습관 탓에 원하는 곳으로 공을 보내는 것도 어려웠다.
기자의 랠리가 답답했을 법도 하지만 이기성(71)씨는 오히려 “조금만 연습하면 금방 늘겠다”며 “모임에 나와 같이 운동을 하자”고 기자에게 권했다. 2020년 10월 60대 이상 회원들이 주축이 돼 결성한 ‘동호회 속 동호회’인 서울시니어소프트테니스클럽(SS클럽)에는 다른 지역 거주자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이기성씨는 충남 천안에서 운동을 위해 송파구를 오갈 정도다.
덕분에 SS클럽은 지난해 충북 단양 소백산 철쭉제 소프트테니스 대회와 경북 문경새재기 대회에서 연령별(70대) 단체전 준우승을 차지했고, 전남 순천에서 열린 전국생활체육대전 연령별 단체전에서도 3위에 올랐다.
소프트테니스는 고연령 인구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지만, 그래도 영하에 가까운 날씨에 운동을 하러 간다고 하면 가족들이 걱정하지는 않을까. 이에 대해 이병용씨는 “가족들은 오히려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하 30~40도의 강추위가 아닌 이상, 가벼운 점퍼 하나 입고 나와 땀을 흘리다 보면 건강해지는 기분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어 “방금도 대학 동기들과 점심식사를 하고 왔는데 다들 지팡이를 짚고 다닌다"며 "그런데 나는 소프트테니스로 꾸준히 건강 관리를 해서 아직도 쌩쌩하다”고 말하며 웃었다.
김영욱씨는 “매주 월·수·금은 오금공원에서 운동을 하고, 목·일요일은 경기 고양시 농협대학에서 또 소프트테니스를 친다”며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소프트테니스의 매력에 빠져 건강한 노년을 보내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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