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오전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 당시 합동참모본부가 탐지 후 1시간 반 이상이 지나서야 대비를 명령한 사실이 군 내부 검열에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합참은 서울을 지키는 수도방위사령부에 상황을 전파하지 않았다. 수방사가 뒤늦게 자체적으로 무인기 침입을 파악한 건 상황 발생 1시간 뒤였고, 합참이 항공 대비태세를 강화하라며 '두루미'를 발령한 건 그로부터 30분이 더 지난 뒤였다. 그사이 북한 무인기는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은 채 용산 대통령실 일대 비행금지구역(P-73)을 가로질렀다. 검열에선 군이 무인기 첫 탐지 시점이라고 밝힌 시간보다 6분 앞서 무인기 항적이 레이더에 포착된 사실도 드러났다.
북한 무인기 도발에 직면해 탐지부터 상황 전파, 대응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총체적으로 실패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군은 사태 이틀 뒤 국회 보고에서 '영공 침범 직후' 전군 경계태세 2급 및 두루미 발령, 육군 공격헬기 및 공군기 출격에 나섰다고 했는데, 비상 상황에 1시간 반을 넘게 허비하고도 어찌 적시 대응이라 할 수 있나. 무인기가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던 결정적 순간에 레이더 판독이 6분간 지체된 일은 "탐지만큼은 성공했다"는 군의 자평을 무색게 한다. 이런 실책이 전방 드론 방공망을 통한 초기 제압 실패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군은 수년 전부터 북한 무인기 대응체계 구축을 공언하고도 변변한 대응도 못한 채 서울 상공을 내주며 안보 불안을 키웠고, 이후엔 P-73이 뚫린 사실을 극구 부인하는 등 책임 회피로 일관하며 국민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앞서 합참이 진행하는 이번 검열 결과를 보고 군 지휘부 문책을 결정하겠다고 한 만큼 윤석열 대통령은 약속대로 군의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에 대한 야당의 비판을 '북한 굴종' '내부 총질' 등으로 비판했는데 군의 과오를 생각한다면 지나친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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