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의자? 총살?"...사형수에 선택 강요하면 인권 침해인가 '논란'

입력
2023.01.08 12:20
수정
2023.01.08 14:1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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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극물 주사액 공급 끊겨 10년 넘게 사형집행 중단
총살·전기의자 감전 중 선택하는 법 2021년 5월 통과
"인간 존엄 무시" 판결 후 주대법원 심리 시작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교정국이 2019년 3월 공개한 사형수 처형용 전기의자. AP 연합뉴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교정국이 2019년 3월 공개한 사형수 처형용 전기의자. AP 연합뉴스


‘전기의자에 앉을 것인가, 총살대에 설 것인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사형수에게 던져진 가혹한 질문이다. 독극물 주사법 대신 주정부와 주의회가 내놓은 새로운 사형 집행 방식을 두고 공방이 이어지던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주대법원 심리가 5일(현지시간) 시작됐다. 인간이 존엄하게 죽을 권리라도 제대로 보장될 수 있을지 미국 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미 AP통신은 이날 주대법원에서 진행된 3시간의 심리에서 2,000볼트 전기가 흐르는 의자에 앉는 방식이나 3명의 총살 집행인이 심장에 총을 쏘는 사형 방식이 ‘잔인하고 이례적인 처벌 조항’에 해당하는지 논의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이 조항은 미 수정헌법 8조에도 나와 있다. 주대법원은 향후 수개월 동안 심리를 이어가게 된다.

이번 법정 공방은 2021년 5월 사우스캐롤라이나가 새로운 사형 집행 방식을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독극물 주사와 전기의자 중 사형 방식을 선택할 수 있었던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는 1996년 이후 매년 평균 3명의 사형수가 독극물 주사법으로 사형을 당했다. 마지막 집행은 2011년이었다.

그런데 독극물 주사액을 공급하던 제약사가 더 이상 문제가 되는 약품을 팔지 않겠다고 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전기의자 처형 방식도 있었지만 이를 선택하는 사형수는 없었다. 독극물 주사 방식의 사형 집행이 중단되면서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선 사형 집행이 10년 넘게 멈춘 것이다.

이에 주 교정당국과 주의회는 새로운 사형 부활법을 마련했다. 사액이 확보되면 독극물 주사형을 실시하되 그렇지 못하면 전기의자나 총살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총살형이 신설된 셈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사형수 4명이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을 대리한 사형제 반대 단체 ‘저스티스360’은 “총살형과 감전사형이 독극물 주사보다 더 고통스럽고 잔인한 죽음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주정부 측은 “고통은 피할 수 없는 죽음의 결과”라며 새로운 사형 방식에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교정국이 공개한 사형 집행용 총살의자(왼쪽)와 전기의자(오른쪽). AP 연합뉴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교정국이 공개한 사형 집행용 총살의자(왼쪽)와 전기의자(오른쪽). AP 연합뉴스

결국 지난해 9월 조슬린 뉴먼 판사가 “과학 연구의 진보와 진화하는 인간성, 존엄성을 무시했다”며 새로운 사형 부활법에 문제가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사형수가 느낄 고통은 불과 10초’라는 의사들의 증언이 있었지만 뉴먼 판사는 “짧은 시간이라도 그동안 사형수는 총상의 고통과 뼈가 부서지는 아픔을 느낄 것이고, 이는 고문에 해당한다”라고 지적했다.

주정부가 이 판결에 항소했고, 이에 따라 주대법원 심리가 시작됐다. 그러나 향후 연방법원 항소로 이어질 공산이 커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지난해 미국 전역에선 18명이 사형을 당했다. 1991년 이후 가장 적은 집행 건수다. 그러나 미국 50개 주 가운데 27개 주에 여전히 사형제가 남아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사형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지난 2년간 진전은 전혀 없었다. 인권 존중과 범죄 단죄 필요성 사이에서 미국 사회의 가치관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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