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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시청 방해한다고 치매 부모 살해...일본 ‘은둔형 외톨이’의 비극

입력
2023.01.08 16:4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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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간 집에만 틀어박혀 지내
사이 나쁘던 아버지 치매 증상에 폭발

일본 후쿠오카시 주오구 소재 후쿠오카 지방·고등재판소 전경. 위키피디아

일본 후쿠오카시 주오구 소재 후쿠오카 지방·고등재판소 전경. 위키피디아


2021년 6월 일본 후쿠오카시 니시구의 한 주택에서 80대 부부의 시신이 발견됐다. 시신은 대형 냉장고 안에 숨겨져 있었다. 살인과 사체 유기 혐의로 다음 달 체포된 것은 60세의 아들 마쓰모토 준지. 35년 동안 집안에 틀어박혀 지낸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였다. 이달 6일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후쿠오카지방재판소는 유기징역형 중 최고형인 30년형을 선고했다.

아버지와는 대화 안 해... 유일한 낙은 애니메이션 시청

일본 언론의 공판 보도를 종합하면, 마쓰모토는 대학을 자퇴할 무렵 크게 꾸지람을 들은 이후로 아버지와 멀어졌다. 기업에 취직했지만 영업 실적이 없어 반년 만에 퇴직했고 대인관계를 끊었다.

35년간 마쓰모토의 생활은 단순하며 규칙적이었다. 오전 5시에 일어나 식사 준비를 돕고 빨래와 청소를 했으며 밤 9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스마트폰도 없고 인터넷 접속도 하지 않은 그에게 유일한 낙이자 가장 소중한 취미는 애니메이션 DVD와 만화책을 보는 것이었다.

이따금 어머니와 물건을 사러 외출하기도 했지만, 아버지는 철저히 피하며 지냈다. 그런 아버지에게 2021년부터 치매 증상이 나타났다. 같은 말을 자꾸 반복하는 아버지에게 마쓰모토는 짜증을 냈다.

참극은 2021년 6월 20일 오후 6시쯤 일어났다. 마쓰모토가 애니메이션 감상에 빠져있을 때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가 화장실로 그를 불렀다. 억지로 아버지를 챙긴 뒤 애니메이션에 집중하려 했지만, 아버지가 도와달라며 다시 그를 불렀다. 두 번이나 방해받았다 생각한 그는 짜증이 치밀었다.

모친은 입막음 위해 살해... 10여 일 도피생활 후 체포

잠을 청하려 한 오후 9시쯤 아버지가 마쓰모토를 다시 한번 불렀다. “밤새 화장실에 갈 수 없으니 용변을 처리할 양동이를 가져 오라”고 했다. 마쓰모토는 폭발했다. “당신 뒷처리까지 해야 하느냐”고 고함을 지르며 아버지를 살해했다. 마쓰모토는 입막음을 하기 위해 목격자인 어머니까지 살해했다.

냉장고에 부모의 시신을 넣고 테이프로 봉한 마쓰모토는 이틀 동안 집에 머물렀다. 사흘째 되는 날 집을 나섰다. 도피를 위해 일본 곳곳을 다니다가 약 2주 만에 교토 시내 호텔을 나서다 경찰에 체포됐다.

재판부 "강한 살의에 의한 악질적 범행" 30년형 선고

마쓰모토는 재판 과정에서 존속살해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검찰은 “취미 생활을 방해받았다는 이유로 저지른 악질적인 범행”이라면서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변호인은 “계획적 범행이 아니었고 정신적 문제 때문이었으니 참작해달라”며 감형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강한 살의에 의한 악질적 범행”이라면서도 “아버지와 불화한 책임이 마쓰모토에게만 있다고는 할 수 없다”며 30년형을 선고했다. 이어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부모님이 어떤 생각으로 당신을 키우고 살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꾸짖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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