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고립' 작전 돌입?... 대통령실 반박에 친윤계는 불출마 종용

입력
2023.01.06 18:30
수정
2023.01.06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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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나경원 출산대책, 정부 기조와 차이"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위원회 신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위원회 신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윤석열(친윤)계를 중심으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불출마를 종용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에 공헌해 달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다. 같은 날 대통령실도 나 부위원장이 언급한 저출산 대책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를 두고 친윤계 주자들 간 교통정리를 위해 여권 전체가 나 부위원장 주저앉히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다.

친윤계 "나경원, 尹 정부 성공에 공헌하길"

친윤계 김정재 의원은 6일 SBS 라디오에서 전대 변수로 거론되는 나 부위원장의 출마 여부에 대해 "대통령이 장관급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대사 두 개를 한꺼번에 줬다"며 "그냥 접어버리고 대표에 나온다면 굉장히 부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는 진중하고 길게 보는 게 맞다. 인구문제에 집중해서 어떤 결과물을 내 윤석열 정부 성공에 공헌을 했으면 한다"고 부연했다.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은 "저출산 고령화 위기, 기후위기는 인류가 맞닥뜨린 위기"라며 "거기서 성과를 내고 대한민국 미래 어젠다를 제시하는 건 당대표 이상의 중요성을 가진다"고 했다. 장 이사장은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장제원·이철규 의원의 지지를 받으며 청년 최고위원 선거에 도전장을 내놓은 상태다.

친윤계의 이 같은 발언에는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나 부위원장의 출마가 자칫 친윤계 주자들의 분열 및 비윤석열(비윤)계 주자들의 어부지리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돼 있다. 윤핵관 중 한 명인 권성동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를 구축한 김기현 의원이 친윤계 대표주자로서 급부상하는 상황에서 남은 변수로 꼽히는 나 부위원장의 출마를 저지하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통령실 "나경원 언급은 정부 기조와 상당한 차이"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발언 관련 브리핑을 위해 연단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발언 관련 브리핑을 위해 연단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이례적으로 나 부위원장의 언급에 대한 반박 회견을 한 것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실었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나 부위원장이 언급한 '출산 시 대출금 탕감'과 관련해 "개인 의견일 뿐"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기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을 연 배경과 관련해 "나 부위원장의 언급이 정부 정책에 혼선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나 부위원장의 언급에 선을 긋기 위한 브리핑을 여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나 부위원장은 전날 신년 간담회에서 "조금 더 과감하게 원금 부분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탕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나 들여다보고 있다"며 헝가리 사례를 언급했다.

나경원, 전대 출마에 "마음 굳혀 가는 중"

한편, 나 부위원장은 KBC광주방송에 출연해 전대 출마와 관련해 "최근에 전당대회 모습을 보면서 관전만 하는 것이 맞느냐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며 "마음을 굳혀 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간 "고민하고 있다"는 입장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를 감안한 듯 김기현 의원 측은 오는 9일 경선캠프 개소식에 나 부위원장을 초청하는 등 연대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김 의원 측 인사는 "나 부위원장이 출마하면 (친윤계 표심을 얻기 위해) 김 의원과 세게 붙을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사생결단이다.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민순 기자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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