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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플라잉카'가 CES에 등장했다... 가상체험 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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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도로, 운전석에 갇혀 거북이처럼 슬금슬금 앞으로 나아가면서 가끔 드는 생각.
차가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동차가 해리어 같은 수직이착륙기(VTOL)처럼 움직일 수 있다면 긴 활주로도 필요치 않을 테고, 비행하다 필요하면 다시 도로로 내려앉을 수도 있을 텐데.
이런 공상을 빠르면 3년 안에 현실로 만들어 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아스카'(Aska)의 전기 수직이착륙기(eVTOL) 'A5'가 5일(현지시간) 개막한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에서 공개됐다. 5년간의 개발을 거치고 공개 비행을 앞둔 A5의 시제품이 대중에 공개된 건 처음이다. 아스카는 "차량 내부가 SUV 크기인 A5는 완전하게 작동하는 세계 최초 4인승 eVTOL"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에어로HT 등 일부 업체들이 만든 2인승 eVTOL보다 진짜로 '하늘을 나는 자동차'에 가깝다는 것이다.
아스카는 이날 CES 야외 전시공간에서 실제 양산 제품과 똑같은 시제품 전시를 시작했다. 다만 CES에선 실제 주행과 비행 장면은 볼 수 없다. 대신 아스카는 운전석 부분만 따로 떼어낸 가상체험용 모델을 시제품 옆에 나란히 전시했다. 운전석과 조수석 구조는 시제품과 동일하고, 앞창 쪽에 모니터가 있어 영상을 통한 간접 체험이 가능하다.
가상체험을 위해 운전석에 앉아봤다. 조수석엔 체험을 도와줄 아스카의 엔지니어가 탑승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운전석 앞쪽으로 나란히 배치된 세 개의 터치스크린과, 옆쪽엔 눕혀 탑재된 또 다른 터치스크린이었다. 조향장치인 스티어링휠(운전대) 바로 앞에 달린 스크린은 일반 차에 붙어 있는 계기판 등을 보여주고, 가운데 스크린은 비행 중 지도를 보여주는 용도다. 또 운전자 옆에 있는 터치스크린으론 기어 조절과 주행·비행 모드 전환 등을 할 수 있다.
체험 코스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출발해 도심 위를 날다가 다시 공항에 착륙하는 약 5분짜리였다. 주행은 자동차 운전과 다르지 않았다. 페달을 밟아서 속도를 조절하며 나아가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멈춘다. 본격 비행을 시작하기 전 활주로를 짧게 달렸다. 체험을 도운 로렌조 베노릴라 인턴 엔지니어는 "약 75m 활주로에서, 5초 안에 이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행 모드'를 누르자, 차량 위에 접혀 있던 6개 날개가 올라가더니 펴지는 모습이 영상에 보였다. 동시에 앞쪽 스크린들도 실제 비행기에서 볼 수 있는 모습과 비슷하게 전환됐다. 터치스크린이 운전 모드에 맞게 바로 운전석 환경을 바꿔줘, 어색할 것 같았던 비행 모드도 각 기능만 숙지하면 금방 적응할 수 있을 듯 보였다.
날개가 다 펴지자 영상 속에서 A5가 서서히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하늘에서도 스티어링휠로 이리저리 방향을 전환해 비행할 수 있었다. 착륙 지점에 가까워지자 엔지니어가 A5의 비행 속도를 늦춰 착륙 준비를 시켰다. 천천히 속도를 줄이며 마침내 착륙. 나름 신선했던 비행이 끝났다.
아스카에 따르면, A5는 한 번 충전으로 최대 250마일(약 402㎞)을 비행할 수 있다. 전기와 기름을 모두 쓰는 하이브리드형이다. 일반 전기차 충전소와 주유소에서 충전과 주유가 가능하다.
이날 체험 후 만난 아스카 공동창업자인 마키 키플리스킨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나 역시 지난주에 처음 A5로 실제 비행을 해봤다"며 "1분기 중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공개 비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심 있다면 아스카 홈페이지에서 구매 예약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가격을 되묻자 "아직은 예약금 5,000달러만 받고 있고 최종 가격은 결정되지 않은 상태지만, 일반 항공기와 비슷한 가격대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했다.
'자동차'보다 '항공기'에 가까운 A5의 비싼 가격 때문에, 비록 출시되더라도 일반 소비자들이 접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차량이라고 하기엔 크고 육중한 외형 탓에 주차나 주유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게다가 지상 주행은 운전면허만 있으면 할 수 있지만, 비행 모드를 이용하려면 별도의 비행기 조종사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eVTOL의 진짜 상용화를 위한 기술은 저 앞에 가까이 다가왔지만, 그 기술을 떠받쳐줄 제도와 환경(가격 등)을 갖추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새삼 깨달은 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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