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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비만 치료약 '알프라졸람', 저체중아 출산 3.7배‧자연 유산 위험 2.4배

입력
2023.01.05 16:52
수정
2023.01.0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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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백병원 한정열 교수,임신부 725명 연구 결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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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정신성 의약품인 ‘알프라졸람’이 임신부에게 자연 유산과 저체중아 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알프라졸람은 우울증ㆍ불안ㆍ공황장애 뿐만 아니라 위ㆍ십이지장, 과민성대장증후군, 자율신경실조증 치료에도 사용된다.

한정열 인제대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교수팀은 임신 중 알프라졸람을 복용한 여성들을 분석한 결과, 자연 유산과 저출생아 출산, 조산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프론티어스 인 파머콜로지(Frontiers in Pharmacology)’ 최신 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2000년 1월~2019년 12월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한국마더세이프(임신약물정보센터)’에 등록된 출산 여성을 임신 중 알프라졸람 복용 여성 그룹(96명)과 미복용 그룹(629명)으로 나눠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알프라졸람 복용 그룹의 자연 유산 비율은 14.6%(14명)로 미복용 그룹(6.0%)보다 8.6%포인트 높았다.

저체중아 출산 비율도 7.5%로, 미복용 그룹(2.1%)보다 5.4%포인트 높았다. 임신 37주 이전에 분만하는 조산율도 알프라졸람 복용 그룹이 8.5%로, 미복용 그룹(3.8%)보다 4.7%포인트 높았다.

위험도로 따지면 알프라졸람 복용 그룹이 미복용 그룹에 비해 자연 유산 위험성은 2.38배, 저체중아 출산 위험은 3.65배, 조산 위험은 2.27배 높았다.

신생아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알프라졸람 복용 그룹의 출생 후 1분 ‘아프가 점수(APGAR score)’를 분석한 결과, 7점 이하가 될 위험이 미복용 그룹에 비해 2.19배 높았다.

아프가 점수는 출생 직후 신생아 상태(심장박동, 호흡 능력, 반사 능력, 근육 긴장, 피부색)를 점수로 평가하는 방법이다. 보통 신생아들의 생후 1분 아프가 점수는 8~10점이다. 아프가 점수가 6점 이하면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에서 선천성 기형 위험은 두 그룹 간 차이가 없었다.

해외 연구에서도 비슷한 연구 결과를 나타냈다. 캐나다 토론토대에서 14개 연구를 메타 분석한 결과, 알프라졸람을 포함하는 벤조디아제핀계 약제를 복용한 여성이, 미복용 여성보다 자연 유산은 1.86배, 조산은 1.96배, 저체중아 출산 2.24배, 신생아집중치료실(neonatal intensive care unitㆍNICU) 입원 위험은 2.61배 높았다.

알프라졸람은 불안ㆍ우울증ㆍ공황장애 등 정신 질환 뿐만 아니라 감기 같은 호흡기 질환, 불면증, 편두통, 비만 환자도 처방받고 있어 가임기 여성은 주의해야 한다.

이번 조사에서 알프라졸람을 복용 원인을 분석한 결과, 과민성대장증후군이 20.8%(20명)도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우울증 16.7%(16명), 호흡기 질환 12.5%(12명), 공황장애 11.5%(11명), 편두통을 포함한 기타 신경병증 11.5%(11명), 비만 9.4%(9명), 불안 7.3%(7명), 불면증 7.3%(7명) 순으로 나타났다.

국내 다른 연구 결과에서도 가장 많이 처방되는 수면진정제 약물로 알프라졸람이나 디아제팜 같은 벤조디아제핀계 약물로 조사됐다.

한정열 교수는 “알프라졸람은 정신 질환 뿐만 아니라 불면증, 호흡기 질환, 비만 치료 등에도 사용되고 있다”며 “임신부가 약 처방을 받을 때는 반드시 의료진에게 임신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정신 질환 치료를 위해 알프라졸람을 복용해야 하는 여성도 있다”며 “의료진과 임신 전에 충분히 상담한 뒤 복용하고, 복용 시에도 단일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알프라졸람은 벤조디아제핀계 약물로 태아세포에 축적돼 스테로이드 합성을 일으키기도 하고 산화성 물질 억제에 중요한 글루타티온(glutathione)을 떨어뜨려 조직의 산화성 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임신 중 금기 약품 1,078개 중 임신 중 절대 복용하면 안 되는 약물 131개를 1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나머지는 2급에 해당하며, 원칙적으로 사용이 금지되지만 처방 의사의 판단에 따라 복용이 가능하다. 알프라졸람과 트리아졸람을 포함한 벤조디아제핀은 2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일산백병원 제공

일산백병원 제공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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