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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으로 달려 온 자율주행차...R&D 넘어 사람 태우기 경쟁 뜨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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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원 신수민(35)씨는 자율주행차 출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피곤한 채 사무실이 있는 '교통지옥' 서울 강남에서 운전하는 것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종종 택시를 타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론 피하고 있다. 신씨는 "귀갓길에 운전기사 없는 차를 탈 수 있다면 몸도 편하고 전염병이나 불편한 상황도 피할 수 있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허황된 '꿈'만 같던 신씨의 바람이 현실에서 마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카카오모빌리티와 함께 '레벨4' 자율주행 택시 호출 서비스 '로보라이드'를 이르면 올 상반기 시작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미국, 중국 등 해외에서만 전해 듣던 '무인택시'가 도심 한복판을 달리는 일이 머지않아 눈앞에서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10년 가까이 연구개발(R&D)에 몰두했던 자율주행 전략을 서비스 상용화로 무게 중심을 옮긴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연구원,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시험 운행을 해서 얻은 데이터를 활용해 안전성과 서비스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있다"며 "올 상반기 중 일반인을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를 '자율주행 상용화' 원년으로 삼고, 관련 사업을 강화한다. '옥석 가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금,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미국 자동차공학회(SAE) 기준 '레벨4' 수준의 완전자율주행이 적용되는 로보라이드와 로보셔틀을 늘린다. 레벨4 자율주행은 ①차량 내 자동화 시스템이 상황을 파악하고 알아서 판단해 운전하고 ②비상 때도 운전자 개입 없이 차량 스스로 대처할 수 있다.
로보라이드는 △테헤란로 △강남대로 △영동대로 등 26개 도로 48.8㎞ 구간에서, △도산대로 △압구정로 등 32개 도로 76.1㎞로 운행 지역을 늘린다. 운행 차량도 2대에서 4대로 확대한다.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다인승 모빌리티 서비스인 로보셔틀은 ①남양연구소 ②판교 '제로시티'에 이어 ③여의도 국회 인근 지역으로 운행 지역을 늘린다. 대형 승합차 쏠라티 11인승을 개조한 로보셔틀은 국회 경내와 방문객 전용 주차장 둔치주차장을 잇는 3.1㎞ 구간에 투입된다.
해외 서비스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현대차그룹과 미국 자율주행업체 '앱티브'의 합작사인 '모셔널'은 올해 세계 최대 차량호출 서비스 업체 '우버'와 함께 로보택시(무인자율주행 택시) 운행을 시작한다. 현재 '우버이츠' 자율주행 음식 배달을 실시 중인 미국 캘리포니아를 시작으로, 10년 동안 미국 전역으로 넓힌다. 또 세계 2위 차량호출 업체 '리프트'와 지난해 8월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운영 중인 자율주행 택시는 올해부터 안전요원 없는 '완전무인 자율주행' 서비스로 강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일반 판매 차량에도 자율주행 시스템을 도입한다. 자율주행 시스템 '고속도로 자율주행'(Highway Driving Pilot·HDP)은 제네시스 최고급 모델 'G90', 기아 전기차 'EV9'에 장착, 판매한다. HDP는 SAE 레벨3 기준을 충족하는 '조건부 자율주행'으로, 고속도로에서 최고 시속 80㎞까지 운전자 개입 없이 달릴 수 있다. HDP는 추가로 수백만 원을 내야 하는 고급 옵션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이 HDP 판매를 시작하면 메르세데스-벤츠, 혼다, BMW에 이어 레벨3 자율주행을 네 번째로 상용화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전략에 변화를 주는 것은 "R&D만으론 미래가 없다"를 보여주는 사례들이 속속 드러나면서다. 변곡점의 시작은 지난해 10월 '아르고AI' 폐업이다. 아르고AI는 포드, 폭스바겐 등으로부터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받은 미국의 자율주행 스타트업이다. 2021년 미국 시장조사업체 '가이드하우스 인사이트'가 발표한 자율주행 선두그룹 순위에서 3위에 올랐고, 기업 가치도 70억 달러(약 9조 원)로 평가받았던 회사지만 뚜렷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하면서 문을 닫았다. 아르고AI의 폐업은 전 세계 자율주행 업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관련 기업 대부분은 인력 감축 등 긴축에 들어갔다.
반면 꾸준히 상용 서비스를 키워 온 기업들은 힘을 강화하고 있다. ①GM의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는 매일 수십억 원의 손실을 보고 있지만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무인 택시를 늘리며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②구글의 자율주행 계열사인 웨이모도 미국 피닉스에서 운영 중인 자율주행 호출 서비스 범위를 로스앤젤레스(LA)로 넓힌다. ③중국의 IT기업 바이두는 시범 운행 중인 무인 택시 수를 베이징, 우한 등 중국 전역에서 200대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많은 기업들이 수익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지만 자율주행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는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KMPG에 따르면 2020년 71억 달러(약 8조8,430억 원)였던 자율주행 시장은 2035년 1조1,204억 달러(약 1,395조 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해마다 평균 41% 급성장이 예상되는 셈이다. 2020년 1,509억 원 규모에 불과했던 국내 자율주행 시장 역시 2035년엔 26조1,794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지난해 아르고AI 폐업 이후 자율주행 업체들이 서비스 상용화에 집중했고 올해부터 본격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5년 정도는 대부분 업체들이 이익을 내기 쉽지 않겠지만 수익 모델을 찾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서비스 고도화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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