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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가 부실대학 처리할 수 있을까? 권한 이양 방침에 부작용 우려

입력
2023.01.0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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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재정 부족..."부실감독·부익부 빈익빈 우려"
"시도지사가 부실대학 제대로 못 줄일 것"
권한 받은 제주도에선 "관리 부실" 지적

지난달 12일 대전의 한 대학교에서 대전시교육청 주최로 열린 2023학년도 정시 대전·충청지역 대학입학정보박람회의 한산한 모습이 보이고 있다. 뉴스1

지난달 12일 대전의 한 대학교에서 대전시교육청 주최로 열린 2023학년도 정시 대전·충청지역 대학입학정보박람회의 한산한 모습이 보이고 있다. 뉴스1

대학에 대한 행정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해 지역과 학교의 자율성을 높이겠다는 정부 방침에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립대학의 관리·감독이 부실해지고, 위기 대학의 실효성 있는 구조개혁 작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

교육계에선 지자체가 대학에 대한 행정 권한을 처음 맡게 되는 점, 중앙 정부에 비해 재정·인력 여유가 없는 점 등을 들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지자체는 고등교육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행정적으로 대학을 관리할 역량 자체도 부족한 상황이다. 그런데 대학이 직면한 현안은 간단치 않아 엄청난 고민이 필요하다"며 "(권한 이양은)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주도는 2011년 제주특별법 개정으로 사립대학에 대한 행정 권한이 도지사에게 넘겨진 상태다. 그런데 대학 학과 설치에 관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음에도 대학 경쟁력이 오히려 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민 제주한라대 교수는 2019년 '제주사립대학의 문제와 대안 모색-지도감독권 이양 이후를 중심으로' 연구에서 "(제주도청에) 전문 인력이 부족할 뿐 아니라 부서 간 이동이 잦아 업무의 연속성이 저하돼 대학 제반의 문제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의 기본적 의무사항에 대한 문의를 하면 전문적 답변을 듣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교육부에 확인을 하는 것이 더 빠르고 정확한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정원 감축 등이 동반되는 대학 구조개혁은 지자체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임 연구원은 "선출직인 지자체장은 지역 토호 세력이나 주민의 눈치를 많이 볼 수밖에 없어 부실대학 문제에 엄정하게 대응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행정 권한과 함께 재정 지원에 대한 '책임'도 지역에 이양된다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서울이 가장 부유하고 지방으로 갈수록 가난한데, 중앙정부의 역진적인 재정 지원이 없다면 지방대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자체는 중앙정부 권한이 어느 수준까지 이양될지, 권한 이양에 따른 예산·조직의 변화 여부 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수도권 한 지자체 관계자는 "중앙정부 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하는 것 자체에는 환영하지만 권한이 어디까지 주어질지 아직까지 모르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며 "특히 대학과 관련해 어떤 부분까지 이양해 줄지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권한과 업무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예산과 조직 확대가 수반돼야 한다"며 "그렇지 못하면 부담만 늘어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했다.

홍인택 기자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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