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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검사와 토정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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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중기에 토정 이지함이라는 학자가 있었다. 유가 및 도가 사상과 잡학에 능하였고, 걸인청을 세워 어려운 백성을 돕기 위한 일에 힘썼다고 알려져 있으며, 화담 서경덕의 제자이고 율곡 이이와도 교류하였고 우사 전우치를 훈계한 일화도 있는 인물이다. 흔히 신년 운세를 점치는 책의 대명사처럼 쓰였던 토정비결의 저자로도 알려져 있으나, 이 책이 토정 이지함이 쓴 책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들이 있는 듯하다.
유전자 검사는 한동안 토정비결과 비교되어 언급되곤 하였다. 토정비결은 사람이 태어난 날의 '연월일시'라는 4가지 정보를 바탕으로 운세라는 걸 설명하고자 하는데 유전자 검사는 DNA의 A, C, G, T라는 4가지 염기의 서열이라는 정보를 바탕으로 분석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고, 태어난 연월일시는 사람마다 고정값이지만 올해가 임인년이냐 아니면 계묘년이냐 등등에 따라 매년 운세가 달라진다는 점은 우리의 유전정보가 기본적으로는 평생 일정하지만 살아가면서 세포에 돌연변이가 생기고 코로나 같은 외부 요인에 따라 계속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동질성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러한 구조가 비단 토정비결이나 유전자 검사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므로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토정비결처럼 매년은 아닐지라도 유전자 검사를 주기적으로 받는 건 어떠한 의미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유전자 검사를 몇 번쯤 하게 될까. 예전에는 유전자 검사가 친자 확인이나 범인 확인 용도로 주로 쓰였기 때문에 일반인은 평생 한 번도 할 일이 없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병원에서 권해서 혹은 본인의 호기심으로 자신의 유전자 검사를 경험한 일반인들이 상당히 많아지고 있다.
가령 요즘 태어난 아이들 중에는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출생 전 NIPT라는 산전 검사를 받은 아이들도 꽤 있을 것이다. 다운증후군 같은 염색체 이상 질환은 예전부터 양수 검사라는 방식으로 출산 전에 염색체 이상 여부를 검사할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태아에게 다소 위험할 수도 있는 양수 검사 대신에 일반 건강 검진 때 하는 것과 비슷한 혈액 검사 방식인 NIPT라는 검사를 통해 엄마의 혈액으로부터 태아의 염색체 이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즉, 태어나기도 전에 본인의 유전자 검사를 받은 셈이다.
모든 유전자에 대한 검사는 태어난 후 신생아 시기에 받을 수 있다. 이때는 주로 선천성 및 기타 유전 질환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용도로 쓰이며, 청소년 이후가 되면 만성 질환을 포함한 의학 관련 정보 및 성격이나 취향 등 본인의 다양한 특성들과 연관된 정보를 얻기 위한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고, 암 같은 주요 질환이 의심되거나 진단받은 질병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정보가 필요할 때도 유전자 검사를 하게 된다. 장내 미생물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한 유전자 검사는 건강 검진처럼 주기적으로 하는 게 필요할 수도 있다. 필요시 수시로 하는 코로나 PCR 검사 역시 유전자 검사의 하나라고 본다면 우리는 이미 다양한 유전자 검사를 받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유전자 검사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사회적 그리고 개인적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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