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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머리의 메두사···있는 그대로의 여성의 몸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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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영화, 드라마, 가요, 연극, 미술 등 문화 속에서 드러나는 젠더 이슈를 문화부 기자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 봅니다.
페미니즘 예술이 태동한 1970년대 이전까지 회화 속 여성들은 주로 아름답게 묘사됐다. 성녀든 악녀든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남성의 시각에서 조형됐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미국의 현대 예술가 키키 스미스의 조각 ‘메두사’는 평범한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다. 머리칼조차 뱀이 아니다. 먹고 배설하고 숨쉬는 현실적인 몸의 조형이다.
이 작품을 현재 한국에서 만날 수 있다. 1980, 1990년대 여성을 둘러싼 가부장적 담론들을 해체한 페미니즘 예술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작가의 아시아 미술관 첫 개인전 ‘키키 스미스 – 자유낙하’가 3월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지난 40여 년간 제작한 조각과 판화, 태피스트리, 사진 등 140여 점을 선보인다.
1954년생인 키키 스미스는 1980년대 인체 속 장기를 묘사한 작품들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988년작 ‘소화계’는 혀부터 위장, 창자까지 말 그대로 소화계를 철로 빚은 작품이다. ‘유한한 인체’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유명한 조각가였던 아버지 토니 스미스와 여동생이 1980년대 세상을 떠나면서 불이 붙었다. 이런 관심은 인공임신중단 운동, 에이즈, 평등권 문제 등으로 들끓던 시대적 흐름과 맞물려 더욱 강화됐다. 이 시기에 소변이나 생리혈을 흘리는 여성의 모습 등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작품이 나왔는데 이번 전시에서도 비슷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미학 연구자 신혜경씨는 “남성 응시의 대상도 아니고, 종교적이거나 정신적 가치의 상징도 아닌 살아있는 물질로서의 몸”이라고 설명한다.
전시작들이 방대한 만큼 키키 스미스의 다른 모습들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스스로 ‘페미니즘 예술가’라는 꼬리표를 부정할 만큼, 다양한 주제와 분야에서 활동했다. 1980년대 신체 탐구에 대한 관심은 2000년대 들어 자연스럽게 동물과 자연, 우주 등으로 확장됐다. 세계 각국의 종이를 구해서 드로잉 작업을 활발히 펼치던 시기도 이때쯤이다. 사진에 낙서처럼 그림을 그리거나 판화를 스캔해 태피스트리로 제작한 대형 작품들도 등장했다.
키키 스미스는 여러 영역에 걸친 자신의 예술 활동을 ‘정원 거닐기’라고 부른다. 여러 주제와 매체를 넘나들면서 소외되거나 보잘것없는 생명체에 대한 경의를 지속적으로 작품으로 옮겨왔다. 기성 질서 위에서 '상승하는 삶'을 선택하는 대신 더 낮은 곳, 더 자유로운 방향으로 움직이는 작가는 스스로를 "자유낙하 중이다”라고 일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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