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1조 신규 투자하면 세금 2500억 감면

입력
2023.01.03 19: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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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전략기술 연간 15%에 증가분 10% 가산
中企 최대 35%... 12년 만 임시공제 부활
尹 지시에 열흘 새 두 번 감세… 세수 3.6조↓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의 '반도체 등 투자활성화를 위한 세제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의 '반도체 등 투자활성화를 위한 세제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올해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분야 신규 시설에 자금을 투입하는 대기업은 투자액의 25%만큼 세금을 깎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야당 반대로 법인세를 양껏 내리지 못한 정부가 대신 세액공제를 기업 투자 촉진 유인책으로 들고나오면서다.

정부는 3일 ‘반도체 등 투자 활성화를 위한 세제 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분야의 당기(연간)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이 대기업ㆍ중견기업 기준으로 현행 8%에서 2배 수준인 15%로 올라간다. 16%에서 25%로 조정되는 중소기업의 상향 폭은 더 크다. 작년까지 반도체ㆍ배터리ㆍ백신 등 3개였던 국가전략기술은 올해 디스플레이가 추가돼 총 4개다.

공제 혜택은 더 있다. 직전 3년 평균치 대비 올해 투자 증가분에 대해서는 국가전략기술 여부와 상관없이 10%의 추가 세액공제가 이뤄진다. 가령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이 올해 반도체 생산시설에 1조 원을 투자했는데 그게 신규 투자라면, 감면되는 세금이 2,500억 원에 이를 수 있다. 이와 별도로 국가전략기술의 경우 연구ㆍ개발(R&D)비용도 30~50% 세액공제가 가능한 만큼 한국의 반도체 세제 지원 수준이 경쟁국보다 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지원 대상은 국가전략기술 투자 기업에 그치지 않는다. 정부는 ‘임시투자세액공제’를 2011년 이후 12년 만에 부활시켜 기업 투자 전반을 장려하기로 했다. 현재 1~10%인 일반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이 3∼12%로 2%포인트씩 일괄 상향되고, 신성장ㆍ원천기술 투자 세액공제율은 3~12%에서 6~18%로 기업 규모에 따라 3∼6%포인트씩 인상된다.

법인세 최저한세(감세를 받아도 반드시 내야 하는 최소한의 세금) 규제도 장애가 안 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저한세 때문에 올해 누리지 못한 공제 혜택은 10년간 이월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새해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전에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새해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전에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이번 세제 지원 확대는 기재부 입장에선 고육책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반도체는 작년 수출의 18.9%, 설비투자의 17.7%를 차지한 우리 경제의 중추 산업으로, 한국의 미래 경쟁력 및 국가 안보, 생존과 직결되는 전략 자산”이라며 “이번 조치가 우리 반도체 산업의 초격차 확보와 재도약을 위한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명분이 있다는 얘기지만, 애초 기재부가 흔쾌했던 것은 아니다. 국회가 지난달 23일 의결한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은 대기업의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6%에서 8%로 올리는 방안이었고, 정부 제안이었다. 이후 대기업 기준 공제율이 여당(국민의힘) 반도체특별위원회가 제시한 20%는커녕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10%에도 미달하는 수준이고, 그렇게 관철된 게 세수 급감을 걱정한 기재부의 고집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불거졌다.

성에 안 찬다는 업계와 여당의 원성에도 버티던 기재부가 열흘 새 두 번의 감세 결정을 하도록 만든 것은 지난달 30일 윤석열 대통령의 세제 지원 확대 검토 지시였다. 이번 파격 탓에 정부가 포기한 세수 규모 추산치는 당장 내년에만 3조6,500억 원에 이른다. 2025~2026년에도 연간 세수가 1조3,700억 원씩 감소하리라는 게 정부 예상이다.

정부는 이달 안에 마련한 조특법 개정안을 최대한 빨리 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야당 설득 논리는 법인세제 미비다. 추 부총리는 “(세법 개정 과정에서) 정부가 의도한 만큼 법인세가 인하되지 않았기 때문에 투자 세액공제율을 대폭 상향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세종=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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