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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처럼 그러나 처음인 것처럼··· '슬램덩크' 극장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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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젊은 세대를 사로잡았던 만화 ‘슬램덩크’가 영화로 나오면 어떤 모습일까. 4일 개봉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중년의 추억에만 호소하지는 않는다. 만화의 원형질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21세기 감성에 맞게 새롭다. 젊은 세대의 마음까지 뒤흔들 만하다.
원작 만화와 만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TV애니메이션과는 결이 사뭇 다르다. 강백호와 정대만 채치수 서태웅 등 익숙한 인물들이 코트를 여전히 누비는데, 이야기 중심은 송태섭이 차지한다. 만화와 TV애니메이션에선 조연에 해당했던 인물이다. 가드인 태섭이 불우한 가족사와 단신이라는 한계를 딛고 활약하는 모습이 화면에 종종 비친다. 농구 신출내기이나 타고난 소질로 결정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강백호, 강백호와 대립하는 냉정한 성격의 서태웅, 3학년으로 후배들을 다독이며 팀워크를 다져가는 정대만, 채치수의 과거가 돌아가며 소환되기도 한다.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연출과 각본을 맡았다. 국내 수입사 에스엠지홀딩스가 3일 공개한 이노우에와의 질의응답에 따르면 이노우에는 극장판 제작 제안을 도에이 애니메이션으로부터 10여 년 전 받았으나 처음엔 거절했다. 시험용으로 만들어 보여준 영상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였다. 이노우에는 2014년 영화화에 동의했다. 시험용 영상 속 얼굴이 그의 마음을 잡았다. “강하게 호소하는 듯한 느낌으로, 만든 분의 영혼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북산고가 전국 고교대회 최종전에서 최강 산왕고를 맞아 벌이는 경기가 배경이다. 북산고 선수들이 열세를 딛고 산왕고에 대등하게 맞서는 모습이 긴장감 넘치게 표현됐다. 한때 ‘슬램덩크’에 빠졌던 중년들의 추억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만화적 상상력이 가미됐어도 설득력을 바탕으로 몰입을 부른다. 농구를 조금이라도 아는 이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만하게 세밀히 묘사된 동작들이 비결이다. 이노우에는 “굉장히 세세한 부분이지만 발을 밟는 방법이나 공을 받는 순간의 신체 반응, 슛하러 갈 때의 약간의 타이밍 등 나 자신이 몸으로 기억하고 있는 ‘농구다움’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에 공을 들였다. 그는 고교 시절 농구부 주장이었다.
컴퓨터그래픽(CG)의 힘을 빌려 구현한 깔끔하고도 박진감 넘치는 장면이 눈길을 잡기도 한다. 선수들 뺨에 흐르는 땀방울, 미세하게 흔들리는 골대 등이 편집의 묘미와 어우러지며 만화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정서를 빚어낸다. 청춘의 패기와 발랄함, 엉뚱한 유머는 여전하고 애잔한 가족애가 더해진다.
이물감이 있기도 하다. 애니메이션 속 지명은 오키나와와 가나가와 등으로 표기된다. 등장인물들은 일본어를 쓰고 일본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나 자막에는 한국 이름이 뜬다. 일본 이름을 쓸 수 없던 시절 만화가 첫 소개돼 한국 이름으로 팬층이 쌓였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한국 성우들이 목소리 연기를 한 더빙판이 그나마 어색함을 덜어줄 듯하다. 성우 강수진이 강백호를, 신용우가 서태웅을, 엄상현이 송태섭을 각각 맡았다. ‘슬램덩크’ 팬인 배우 고창석이 강백호의 친구 이용팔 목소리 연기를 했다.
일본에서는 지난달 5일 개봉해 3주 연속 흥행 1위에 올랐다. 할리우드 대작 ‘아바타: 물의 길’(16일 개봉)의 도전까지 뿌리쳐 화제가 됐다. 지난해 일본 흥행 순위 6위에 올랐다.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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