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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하고 무례한 실버세대? 편견 깨는 사랑스러운 주인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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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흔든 K콘텐츠의 중심에 선 웹툰. 좋은 작품이 많다는데 무엇부터 클릭할지가 항상 고민입니다. '웹툰' 봄을 통해 흥미로운 작품들을 한국일보 독자들과 공유하겠습니다.
'꼰대'라는 말이 귀여울 정도다. 온라인에 올라오는 노인혐오 표현은 차마 옮길 수 없는 문장이 적지 않다. 오프라인 실생활에서 경험한 혐오 표현의 대상을 묻자, 노인이라는 답변(69.2%·중복응답)이 가장 많았다는 조사(국가인권위원회 2021년) 결과는 이런 현실을 수치로도 확인시킨다. 누구나 노인이 되지만, 노인을 혐오하는 상황. 불통이란 씨앗이 만든 아이러니다.
네이버웹툰 '웰캄투실버라이프'(웰실라)는 노인에 대한 편견을 깨는 작품이다. 직장과 가까운 조부모님 댁에 살게 된 작가 솔녀는 주변에서 들은 걱정과 우려 속에서 젊은 세대의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느끼고 작품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편견과는 다른, 자신이 교류한 실버세대의 모습을 전하고 싶어서다. 2020년 7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일상툰의 경계를 넘나들며 연재된 이 작품은, 친근한 작화로 노인들의 모습을 여러 각도에서 진솔하게 그려내 큰 호평을 받았다.
이 작품은 '힐링 웹툰'으로 불린다. 주인공 손녀와 80세 안팎의 조부모(김갑순·홍길표)가 서로의 빈 곳을 메워주며 살아가는 모습이 전하는 온기 덕분이다. 아침밥을 먹이고 싶은 할머니 '김갑순'의 마음을 헤아려 더 자고 싶은 마음을 뒤로하고 식탁에 앉는 손녀의 모습이 그렇다. 또 그런 손녀를 위해 할머니는 요즘 애들이 먹는다는 시리얼을 사둔다.
손녀와 함께한 할아버지 '홍길표'의 첫 스마트폰 사용기도 따뜻하다. 사진을 보내온 손녀에게 답신을 보내겠다며, 마늘을 까는 할머니를 열심히 찍어 보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잔잔한 미소가 지어진다. 이토록 귀여운 할아버지라니. 새로움은 두렵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설렘을 준다는 사실도 새삼 느끼게 하는 장면이다.
노년의 감정을 세심하게 표현한 장면들은 눈물샘을 자극한다. 공감은 실버세대와의 장벽을 허무는 힘이다. 암 수술을 앞둔 친구를 만나고 돌아가는 길에 할머니 '김갑순'의 생각을 꼼꼼하게 그린 에피소드가 대표적이다. "이 나이에 수술한다고 누워 있는 것도 창피해"라는 친구의 말에 할머니는 고민에 빠진다. 생명은 누구에게나 존귀하다 했는데 노인에게는 아닌 건가. 노인이 생(生)을 원하는 것은 이기심인가. 우연히 얻은 네 잎 토끼풀(클로버)을 손에 고이 품고 "이 나이에 염치없지만 하나님. 우리도… 소원을 빌어도 될까요?"라며 기도하는 할머니의 모습은 인생의 끝자락에 서도 변치 않는 어떤 마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서 느끼는 감동도, 50년 넘게 함께 산 노부부의 일화에서 마주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마련한 기념으로 마당에서 서로 영정사진을 찍어주는 장면은 슬프기보단 사랑스럽다.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먼저 보내는 꿈을 꾸고 갑자기 떠난 부산 기차여행에서 지난 세월을 돌아보는 부부의 대화는 애틋하다.
노인과 관련한 어두운 문제를 다룬 에피소드들은 웹툰의 무게감을 더한다. 특히 치매를 앓는 할머니 친구('한양순')의 일화는 치매가 사회적 의제라는 점을 시사한다. 독거노인인 '한양순'은 자신의 재산을 노리고 수양딸로 위장한 여성을 맞닥뜨리고 당황하지만, 친구와 이웃의 도움으로 위험에서 벗어난다. 이외에도 유산 때문에 재혼을 반대하는 자식과 갈등하는 할아버지, 가부장적 남편과 졸혼을 결심하는 할머니 등 다양한 상황 속 노인들을 통해 독자는 '실버세대'와 한층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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