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그들이 성을 다룬 웹진을 만든 이유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일보 스타트업랩의 인턴기자 H가 신생기업(스타트업)을 찾아갑니다. 취업준비생과 같은 또래인 H가 다양한 스타트업에 들어가 3일 동안 일하며 취준생들의 눈높이에서 살펴본 스타트업들의 땀과 노력, 기대와 희망을 관찰기에 담아 매주 연재합니다.
'콘돔이 찢어졌을 때 알아 둬야 할 것', '너의 일상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
여성을 위한 위생용품을 만드는 신생기업(스타트업) 세이브앤코에서 만드는 인터넷 잡지(웹진) '세이브-세드'(SAIB-SAID)의 기사 제목입니다. 이 곳에서는 매주 금요일 여성을 위한 성 건강 정보와 여성 인권 문제를 다룬 웹진을 발간합니다. 웹진은 월경이나 질염 같은 건강 문제부터 성과 피임 관련 정보 등 여러가지 내용들을 주로 다룹니다.
박지원 세이브앤코 대표는 웹진을 새로운 시장 개척의 포석으로 보고 있습니다. "많은 여성들이 콘돔을 구매하지 않아서 없는 시장을 새로 개척하고 있어요. 다른 경쟁사 제품을 사는 여성들을 우리 제품의 소비자로 옮겨오는 것이 아니라 여자들이 콘돔을 사도록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해요. 이런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웹진을 발행해요. 가끔 직원들도 경험담이나 알리고 싶은 내용을 직접 작성해요."
박 대표는 학교나 가정에서 제대로 된 성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여성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포털 사이트에 콘돔을 검색하면 성인인증을 해야 하죠. 콘돔이 성인용품이라고 생각해 학생들에게 팔지 않는 곳도 많은 상황에서 포털의 성인인증 조치는 정말 위험해요. 이렇게 되면 청소년들에게 콘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고 구매를 꺼리게 만들어 안전한 피임을 막기 때문이죠. 그래서 사업 초기부터 제품 개발과 동시에 성 인식 개선 캠페인을 함께 했어요."
이처럼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한 세이브-세드의 글쓰기에 동참해 봤습니다. 최근 운동을 시작하면서 입게 된 레깅스가 여성들의 신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뤘습니다. 그 과정에서 새롭게 알게 된 정보들이 많았어요. 근력 운동을 할 때 레깅스를 입으면 근육 움직임이 더 잘 보여 좋다고 생각했는데, 하복부를 강하게 압박해 혈액 순환을 방해하고 생리통이나 생리불순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따라서 레깅스를 일주일에 1, 2회만 입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런 정보들을 소개하며 독자들 뿐 아니라 '나를 위한 글쓰기'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세이브-세드 웹진은 성 건강에 대한 우리 사회의 폐쇄적이고 부정적 인식을 깨트리고 성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웹진에 실린 글을 읽은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누구에게 쉽게 묻거나 검색해도 잘 나오지 않는 성병에 대한 정보들을 알게 됐어요."
세이브-세드 웹진을 보면서 해외 여성들의 성 인식은 어떤지 궁금했습니다. 마침 세이브앤코는 올해 초 미국에서 판매를 확대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일하는 정지윤 세이브앤코 글로벌 경영 담당과 가진 줌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여성 여행자들을 돕는 노매드헐 공동체에서 11월 18일 개최 예정인 '트레블 페스티벌'에 참여하기 위한 회의였습니다.
미국 여성들은 성 인식이 한국과 얼마나 다른지 정 담당에게 물었습니다. "미국은 콘돔 구매자의 40% 이상이 여성입니다. 우리처럼 여성의 성적 주체성을 강조하는 홍보가 불필요하죠. 세이브앤코 제품의 좋은 성분과 디자인만 강조해요. 최근 미국에서 한국 화장품을 좋아하는 'K뷰티' 열풍이 불어서 한국산 제품이라면 품질을 믿고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요."
이밖에 세이브-세드 웹진은 여성 건강 외 여성의 주체적 선택과 권리를 알려주는 내용들도 다루고 있습니다. 여성용 물건에 남성용 물건보다 더 비싼 가격을 책정하는 '핑크택스'(Pink Tax) 논란이나 임신 중단 권리 등이 대표적입니다.
사회관계형서비스(SNS)나 인터넷 게시판에 이런 내용이 올라오면 갈등만 불러일으킨다는 오해를 받습니다. 하지만 글에 달린 댓글을 보면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드라마 속 여자 주인공의 수동적 성격이나 주로 상냥한 여성만을 모델로 쓰는 인공지능(AI)이 문제라는 점은 그동안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웹진을 읽으며 문제를 인식할 수 있게 됐죠."
스타트업랩 H(박세인 인턴기자,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