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4살 차이는 궁합도 안 본다’는 말은 사주팔자에서 연유됐다. 생활 속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말과 행동, 관습들을 명리학 관점에서 재미있게 풀어본다.
2023년은 육십갑자(甲子)로 사십 번째인 계묘년(癸卯年)이다. '띠'로는 토끼해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띠' 동물에 상당한 애착을 갖고 그 비슷한 성향을 지녔다고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매년 십이지지 상징 동물을 빗대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점(占)치곤 한다. 예를 들면 '토끼띠는 천성이 착하고 겸손하면서도 지혜롭다. 감수성이 뛰어나 예술성이 강하다. 반면 생각이 앞서 재능만 믿고 게으르며 수동적인 게 흠이다' 등이다.
십이지지는 처음 '시간의 순서'를 나타내는 것이었다. "자(子)는 자(滋, 번식·번성)로서 이 절기에는 앞으로 번성하게 될 만물의 싹이 움튼다… 해(亥)는 핵(核, 씨앗)으로 만물이 다음 대의 씨앗이 되는 것이다." ('한서(漢書)', '백호통(白虎通)') 결국 십이지지는 만물이 음양(陰陽)의 활동과 더불어 일 년 동안의 시간적 흐름을 설명한 것이다.
이후 십이지지는 시간에 방위 등 공간이 결합된 개념에 십이지신(支神)이라 불리는 쥐·소·호랑이·토끼 등 동물을 짝지은 것이다.
기원전 1,600년경 중국 은나라 때부터 사용했던 십이지지에 열두 동물이 배속된 것은 한나라 때 왕충(王充, 25~220)의 저서 '논형(論衡)'에 처음 소개된다. "…인(寅)은 나무(木)이고 호랑이다. 묘(卯)는 나무(木)로 토끼다… 해(亥)는 물(水)로 돼지다."
십이지지가 열두 동물과 연결된 것은 불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띠를 한자로는 '생초(生肖)'라고 한다. 십이지지 '신상(神像)'은 얼굴은 짐승이지만 사람의 몸을 지니고 있으며, 서로 다른 무기를 들고 열두 방위를 지킨다. 이는 불교를 지키는 '신장(神將)'들이다.
띠를 나타내는 쥐(子), 소(丑), 호랑이(寅), 토끼(卯) 등의 한자는 십이지지에서만 사용한다. 모두 쥐(鼠), 소(牛), 호랑이(虎), 토끼(兎) 등으로 실제 동물을 나타내는 한자는 별도로 존재한다. 이는 십이지지 의미에 맞는 각각의 동물을 상징하는 형상을 본떠 만들었기 때문이다. '卯'는 문을 활짝 열어 놓은 모습을 본뜬 상형문자다.
따라서 명리학(命理學)에서는 십이지지를 동물이 아닌 전적으로 음양오행(陰陽五行)으로 풀이한다. '卯'는 십이지지 중 네 번째로 음양 중 음(陰)이고, 오행(木·火·土·金·水)으로는 나무(木)다. 방향으로는 해가 떠오르는 정동(正東)을 나타내며, 달로는 음력 2월이다. 색깔은 나무와 동쪽, 봄을 상징하는 초록색이다.
시간으로는 오전 5시 30분부터 7시 30분까지다. 묘시(卯時)는 하루의 시작으로 예로부터 아침밥과 새벽잠, 해장술을 묘반(卯飯), 묘수(卯睡), 묘음(卯飮)이라 했다.
호사가들은 새해를 '검은 토끼의 해'라고 한다. 천간(天干)인 '癸'가 물(水)로서 검은색을 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이나 어느 민간 문헌에도 임진왜란(壬辰倭亂) 등을 '검은 용의 해의 왜란'이라고 하지 않듯이 동물로 설명하지 않는다. 더구나 천간의 색이 지지의 동물에 입혀진 것은 역사적이나 민간 풍습에도 없는 것으로 현대 들어 일본에서 시작된 기업의 상술에서 시작된 것이다.
2007년 정해년(丁亥年)을 '황금돼지의 해'라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정(丁)은 불(火)로서 빨간색이다. 그렇다고 출산이나 경제 활성화 또는 새해 희망을 위한 상징이나 비유 등을 무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산타클로스처럼 제대로 알고 즐기자는 것이다.
'癸'는 헤아릴 '규(揆)'로, 만물이 자연법칙에 따라 싹트는 모양이다. '卯' 또한 한 해 농사의 시작과 관련된 시기로 만물이 땅을 밀치고 나오는 봄의 기운을 상징한다.
따라서 癸卯年은 '바짝 움츠리고 인내하며 기(氣)를 모은 만물이 땅의 기운으로 무성하게 자라는 희망이 솟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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