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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치레

입력
2022.12.31 04:30
22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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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서 살아온 햇수를 나이라 한다. 사람의 나이만이 아니라, 산림이 생겨서 자란 기간인 '숲나이', 해마다 나무에 하나씩 생기는 '나이테, 나이바퀴'도 있다. 그런데 나이를 세는 방법이 우리나라만큼 복잡한 곳도 드물 것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태어난 날을 기준으로 하는 '달력 나이, 생활 나이'이다. 이것은 다시 햇수로 따지는 것과 달을 채운 만큼 따지는 것으로 나뉜다. 또한, 법에서 보장하는 권리를 행사하거나 권리가 제한되는 '법적 나이', 실제 나이와는 다르게 쓰인다는 '방송 나이'도 따로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나이에 편견이 있고 손익 관계 또한 미묘하기 때문이리라.

나이가 젊고 기운이 한창인 때는 '꽃나이, 한창나이'라 한다. 이에 대해 나이가 많아지는 것은 나이가 '들다, 있다, 지긋하다', 또는 나이를 '먹다'라고 표현한다. 나이가 드는 만큼 티가 난다는 우리말은 많다. '나이는 못 속인다'라거나, '나이 이길 장사 없다' 등은 한두 사람의 경험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누구나 나이가 들기 전에는 '나잇살'이 찔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다. 의욕은 넘치는데 몸이 마음을 못 따라갈 때는 심지어 '나이가 원수'라고도 한다.

나이는 숫자가 아니다. 우리 문화에는 연장자의 체면을 살리거나 받드는 '나이대접'이 있다. 그런데 '나이를 먹는다'는 말은 먹은 나이만큼 내적으로도 성장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중년이나 장년을 계절에 비유한 '가을 나이'란 말은 가을만큼 수확할 열매를 보여야 제 나이를 인정받는다는 뜻으로 읽힌다. '옷은 나이로 입는다'며 나이에 어울리게 살라고도 하고, 혹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유치한 행동에는 '나이가 아깝다'고도 한다.

새해에는 만 나이가 적용된다고 한다. 잠시 나이를 안 먹고 머무는 셈인데, 그렇다고 하여 집 나이, 학교 나이, 만 나이, 달력 나이 등으로 분분했던 우리들의 논쟁이 쉽게 끝날지는 모르겠다. 예전에 환갑이 지난 뒤의 나이를 '남의나이'라 했다. 그 어원이 무엇이든 새해가 코앞인 지금, 남보다 더 많이 살았다면 남의 삶에도 이바지해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음력 정월 대보름날에 식구의 나이 수만큼 숟가락으로 쌀을 떠서 해 먹는 '나이떡'도 있다. 나이를 먹는 만큼 주어진 제 몫을 잘 치러 내는 것은 언제나 큰 숙제이다. 해넘이, 해돋이를 보며 우리가 '나이치레'를 거하게 하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미향 영남대 글로벌교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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