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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마비 어린이, 보조기가 고관절 탈구 예방에 효과

입력
2022.12.29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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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류주석 교수, 고관절 탈구에 비수술적 치료법 개발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중증 뇌성마비 어린이 환자는 성장 과정에서 근육이 경직되고 정상적인 성장이 어려워지면서 다양한 근골격계 장애를 겪는다. 특히 고관절(股關節) 탈구는 보행이 어려운 뇌성마비 어린이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다. 통증이 심하고 제대로 앉거나 서지 못하는 등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는다.

현재 고관절 탈구의 치료법은 정기검진을 통해 고관절이 빠져 있는 정도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수술로 변형을 교정하는 것이 유일하다. 문제는 탈구가 심할수록 수술 성공률이 낮아지고, 관절이 더욱 뻣뻣해지거나 다시 빠지는 등 합병증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비수술적 치료 또한 아직 확립된 기준이 없고, 치료 효과 또한 명확하지 않아 적용이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런 가운데 류주석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중증 뇌성마비 어린이의 고관절 탈구를 예방하는 ‘고관절 보조기’를 개발하고, 그 효과를 밝힌 연구 결과를 미국의학협회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JAMA Network Open’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중증 뇌성마비 어린이에게서 나타나는 고관절 탈구 메커니즘을 고려해 고관절 주위의 인대와 캡슐(피막)을 지지하는 고관절 보조기를 개발하고, 예방 효과를 밝히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1~10세 중증 뇌성마비 어린이 66명을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나누고, 실험군에게만 매일 12시간 이상 보조기를 착용하도록 했다. 또한 기존에 진행하던 재활 치료는 동일하게 시행했다.

그 결과, 12개월 후 실험군의 고관절 탈구 정도를 측정한 고관절 이동 지수는 37.4%에서 34.6%로 감소했으며, 대조군은 30.6%에서 40.1%로 증가했다.

보조기를 착용하지 않은 환자들의 고관절 탈구가 더욱 심해진 것과 비교해 보조기를 착용한 환자들은 탈구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증상이 호전됐다. 환자와 환자 가족의 삶의 질 또한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보조기 착용 6개월 후 환자와 보호자의 삶의 질을 측정한 CPCHILD(아동 건강 지표 및 보호자 우선순위) 점수가 유의미하게 낮아졌는데, 이는 대조군과 비교해 14.2점 낮은 수준이었다. CPCHILD 지표는 점수가 낮을수록 삶의 질이 개선됐음을 의미한다.

류주석 교수는 “이번 연구로 고관절 보조기가 중증 뇌성마비 어린이의 고관절 수술을 최대한 늦추는 보존적 치료로 유용하다는 것을 입증했다”며 “앞으로도 고관절 탈구의 다양한 메커니즘에 맞는 복합적 치료법을 고안한다면 고관절 탈구를 완전히 막는 예방적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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