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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일색이던 미 만화시장... K웹툰 이후 다양성 확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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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초반까지 미국에서 만화는 마니아들이 주도하는 시장이었다. 주요 독자층은 1960~70년대생 남성. 유년기에 배트맨, 슈퍼맨을 보고 자란 세대다. 만화를 책으로 봐 온 이들이 시장을 주도하다보니 출판 만화 비중이 90%에 육박했다. 장르는 자연히 이들을 겨냥한 초인적 영웅(슈퍼히어로)물이 대세를 이뤘고, 폭력적이거나 자극적인 요소도 많았다.
이렇게 '영웅 일색'으로 단조롭던 미국 만화시장은 네이버웹툰과 타파스(카카오) 같은 웹툰 플랫폼이 등장하며 다채로운 무지갯빛으로 진화했다. 우선 독자층.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세로로 읽는 만화가 새로운 독자를 불러오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웹툰이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수요를 키워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Z세대는 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친숙한 세대다. '만화는 책으로 보는 것'이란 고정관념조차 없었던 이들은 언제 어디서나, 그것도 공짜로 볼 수 있는 웹툰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독자층이 넓어지자 작가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슈퍼히어로물이 아닌 다양한 장르가 시도됐고, 새로운 스타 작가들이 잇달아 탄생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22만 명을 보유한 인스턴트미소(InstantMiso) 작가도 웹툰 플랫폼이 낳은 스타 중 하나다. 그는 2015년부터 미국 네이버웹툰에 세 편의 웹툰을 연재하고 있다. 지난달 3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LA 코믹콘 현장에서 만난 인스턴트미소 작가는 "웹툰 플랫폼이 없었다면 로맨스물을 그릴 생각을 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웹툰이 인기를 얻자, 슈퍼히어로가 등장하지 않는 만화도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또 다른 웹툰계 스타 터틀미(TurtleMe) 작가의 작품 '끝이 아닌 시작'도 기존 미국 만화계에선 거의 다뤄지지 않던 판타지 액션 장르다. 전생에 왕이었던 아서가 괴물로 가득한 마법 세계에서 환생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그의 작품은 웹소설로 시작해 웹툰으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터틀미 작가는 한국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웹소설이 인기를 끌자 타파스 측에서 웹툰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며 "타파스와 함께 많은 아티스트와 스튜디오에 접촉한 뒤 여러 차례 심사를 거쳐 작화를 담당하는 후유키 작가를 찾았다"고 했다. '끝이 아닌 시작'은 현재 타파스 플랫폼에서만 41만 명의 구독자를 모았고, 한국어·일본어·프랑스어 등 6개 언어로 번역돼 글로벌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글만 잘 썼을 뿐인데, 웹툰으로 제작되고 수출까지 된 셈이다.
웹툰의 이런 '파생 비즈니스'는 한국 포털들이 이미 국내에서 여러 차례 시도해 성공을 거둔 영역이다. 웹소설을 웹툰으로, 웹툰을 영화로 만들어 본 경험이 많고, 세계 각국에서 서비스 중인 카카오엔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네이버웹툰도 이런 변주에 능하다. 2021년 북미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한 뒤, 국내 영상 자회사 '스튜디오N'과 함께 단일 지적재산(IP)을 웹툰·웹소설·영상 콘텐츠 등으로 활용할 기반을 닦았다.
미국 작가들은 '웹툰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도 웹툰 플랫폼이 가져온 의미있는 변화라고 입을 모았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작품 원고료 외에도 미리보기 같은 유료상품 수익, 광고 수익, 캐릭터 상품 판매 수익 등을 작가들에게 지급한다. 네이버웹툰의 경우 2020년부터 매달 평균 100만 달러 이상, 누적으로 2,700만 달러를 작가들에게 분배했다.
전문직 부럽지 않은 수입을 거두는 작가들도 늘고 있다. 올해 28세인 인스턴트미소 작가는 "지난해 샌디에이고에 새 집을 마련했다"고 했다. 터틀미 작가는 "만화를 불법 유통해서 보던 것이 당연하던 미국에서, 작가들이 정당한 콘텐츠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 바꿀 'K성장동력']
① 세계로 뻗어가는 ‘K웹툰’
② IRA 날개 단 ‘이차전지 소재’
③ 통신사들의 새 안테나 '플랫폼'
④ 이동수단의 혁명 ‘자율주행’
⑤ 고부가가치 뱃고동 '조선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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