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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청소년 심사평] 공동체를 숨 쉬게 하는 어린이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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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문화상에 응모된 수많은 어린이책 가운데 동시집의 숫자는 많지 않다. 그마저 독자의 손에 충분히 닿지 못한 채 서가나 서고를 지키는 중이다. 어린이의 노래는 공동체를 심호흡하게 만든다. 동시는 어린이들이 마음 놓고 부를 수 있는 그들의 노래이며 공기의 순환 장치와도 같다. 어린이가 노래를 하지 않는 세상은 얼마나 갑갑한가. 좋은 동시는 정직하고 거침없는 시어로 우리의 생각과 감각에 시원한 출구를 열어준다.
‘토마토 기준’에는 어린이가 더 많은 동시와 가까워질 수 있는 쉽고 재미있고 선명한 작품들이 실려 있었다. 이 동시집은 지금 우리 어린이들의 목소리를 입체적으로 재현하고 있었다. 평론가가 쓴 작품 해설이 아니라 어린이 독자들이 쓴 추천사에서는 한껏 공명하는 어린이들의 감상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어쩌면 이 추천사들조차 시이고, 동시집의 일부가 아닐까. “동시를 읽을 때는 내가 생각하는 것이 모두 답이 되지만, 수학 문제는 내가 생각하는 것이 모두 틀린 답"이 되고 만다는 3학년 이은새 어린이의 추천사는 시적 경험이 어린이에게 얼마나 넉넉한 마음의 운동장을 만들어주는지 짐작하게 한다.
김 시인은 동시집에서 이 세계의 획일적 ‘기준’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망치로 탕탕 게임판의 두더지를 두드리면서 ‘높은 점수를 받아도 기분이 안 좋을 때가 있다’고 고백하고 ‘단 하나의 물방울도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주르르’ 미끄러지는 우산은 ‘왜 이렇게 높은 산일까?’라고 묻는다. 경쟁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회가 어린이들을 어떤 막다른 길로 몰아넣고 있는지 성찰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 동시집은 그 안에서 신음하는 어린이는 물론이고 이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함께 읽으면 좋을 작품이라고 판단했다. 동시를 읽고 노래의 즐거움을 아는 어린이가 더 많아진다면 비명 대신 웃음이 더 흔한 사회가 되리라고 믿으며 이 작품을 올해의 한국출판문화상 어린이ㆍ청소년부문 공동 수상작으로 선정한다.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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