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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의 희망이 되어줄 101마리 젖소

입력
2022.12.28 04:30
25면
'네팔로 101마리 젖소 보내기' 환송행사에서 소들이 22일 항공기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네팔로 101마리 젖소 보내기' 환송행사에서 소들이 22일 항공기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2일, 우리 젖소 101마리가 네팔을 향한 비행을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살아있는 소가 해외로 간 첫 사례이자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세계적인 낙농산업을 키워낸 축산업의 저력을 보여줬다. 그리고 과거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원조를 받던 우리가 원조하는 나라로 변신한 기적 같은 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축산업은 2021년 기준 농업 생산액의 41%를 차지하는 농업의 핵심 산업이다. 반세기 전에는 젖소 마리당 하루 우유 생산량이 10L에도 미치지 못했던 우리나라가 이제는 33L를 기록하며 세계 5위, 아시아 최고 수준의 생산성을 갖추게 됐다.

낙농산업이 이처럼 눈부시게 발전할 수 있었던 데에는 낙농가와 정부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지만, 그 전에 국제사회의 도움이 밑바탕이 됐다. 우리나라는 1969년부터 민간 국제개발단체인 '헤퍼(Heifer)'를 통해 세계 각국에서 젖소 900여 마리와 기술교육을 지원받았고, 이것이 현재 낙농산업의 기반이 됐다. 이후 우리나라 환경에 최적화된 젖소 품종을 개량하고 사양관리 방법도 꾸준히 개선하며 생산성을 끌어올렸다.

네팔은 인구의 80%가 농촌에 거주하고, 낙농업이 국내총생산(GDP)의 9%를 차지하는 중요 산업이다. 네팔 토종 젖소의 연간 마리당 우유 생산량은 우리나라의 10%에 못 미친다. 이번에 한국이 기부한 젖소는 우수한 생산성을 바탕으로 네팔 현지 축산농가와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훌륭한 영양 공급원이 될 것이다.

정부는 이번 젖소 보내기가 단순한 지원에 그치지 않고, 네팔 낙농가가 경제적 자립을 이뤄낼 수 있도록 뒷받침할 계획이다. 2024년까지 인공수정·사양관리 전문가를 파견하는 등 현장에 맞는 교육훈련을 진행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가축 사육 기술을 전수할 것이다. 아울러 환경친화적 낙농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젖소의 분뇨를 주방 연료로 전환하는 소규모 바이오가스 시설도 설치한다.

이번 젖소 보내기 사업은 민·관이 힘을 합쳐 이뤄낸 결과로 여러 사람의 노력과 소망이 담겨 있다. '헤퍼 코리아'는 사업의 세부내용을 만들고 기금을 마련했고, 정부는 네팔 정부와 수출검역협상을 진행해 검역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많은 국민들이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했고 낙농가는 자발적으로 젖소를 기증하며 한때 우리가 받았던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네팔 낙농가들에 더 큰 희망으로 되돌려 주기를 바라고 있다.

정부는 이번 젖소 보내기 사업에서 한발 더 나아가 농축산업 분야가 다양한 국제개발협력(ODA)의 모범사례를 만들 수 있도록 뒷받침할 것이다. 세계의 식량위기국과 저개발국가에 우리 농업·농촌 발전 경험과 기술을 전수해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양국 간 신뢰의 주춧돌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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