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인기(드론) 5대가 대낮에 5시간 동안 우리 영공을 휘젓는데도 한 대도 격추하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당한 26일 상황은 대북 군사 대비 태세의 허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북한 미사일 대응에 치중하느라 또 다른 도발 가능성을 간과한 전략적 측면, 서울과 인천 강화도 동시 침투라는 양동작전에 말려든 전술적 측면 모두에서 군은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당장 국회 국방위원회가 28일 긴급 소집한 현안회의에서 사태 경위를 소상히 설명하길 바란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지적했듯이, 군은 수년간 북한 드론에 대응할 전력 구축과 훈련에 소홀했다. 우리 영토에 추락하면서 북한 드론의 실체가 처음 드러난 2014년 저고도 탐지레이더 도입, 신형 대공포 개발, 재밍(전파 교란) 방식 방어체계 개발 등 대응책을 내놓고도 허송세월했다. 사태 열흘 전 김승겸 합참의장이 최전방 방공진지를 찾아 드론 도발에 대비하라고 지시한 일은 공염불과 다름없었다.
이번 사태를 보면 드론 남하 단계에서 육군·해병대 관할 대공 사격이 이뤄지지 않았고 전투기와 공격헬기로 격추하려던 공군의 후속 작전도 실패했다. 전군 통합대응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탐지 체제는 군사분계선(MDL)을 넘기 전에 드론을 포착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강화도에 침입한 4대의 행방을 모두 놓쳤다.
비상 상황을 제때 알리지 않는 군의 대응 방식도 문제다. 합참은 드론 항적을 놓쳐 사실상 작전이 종료된 오후 4시에야 '진돗개 하나' 경보를 발령하고 언론에 경위를 설명했다. 그동안 수도권 시민은 낮은 고도로 날아다니는 군용기에 불안해했고, 공항 이용객은 영문도 모른 채 출발 지연의 불편을 겪었다. 군이 미사일 오발 사고를 내고도 인근 주민에게 알리지 않아 비난을 받았던 게 불과 두 달 전이다.
북한의 도발 수위에 비례 대응하면서 군의 대비 태세에 약점이 드러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사태 대응책으로 드론부대 조기 창설을 공언했는데, 국가안보 체제 전반에 대한 점검도 시급히 병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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