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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공정 언론 원한다는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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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 공정한 언론을 원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 방송사 시사 프로그램이 ‘보수 패널은 정부·여당을 매섭게, 진보 패널은 일사불란하게 공격하는 풍경’이라고 지적하고는 패널 균형을 맞춰달라는 공문을 KBS MBC 등에 보냈다. 여당 출신인데 여당을 비판하는 패널은 문제라며 “1대1 대결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고도 한다. 언론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불평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반복해 왔다. 그러나 진실은 가운데에 있지 않으며 기계적 중립은 오히려 편파적일 수 있다. 소속 정당을 비판하면 안 된다는 집단적 진영 논리를 언론에 적용해선 안 된다. 그러니 공정 패널 요구가 편성권 침해 논란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방송이 그렇게 편파적이라면, 공영방송의 이사·사장 선임이 정치권 입김에서 자유롭도록 방송법을 개정하면 되련만 국민의힘은 한사코 반대다. 몇몇 일간지들은 민주당이 여당 때는 법 개정을 방치하다가 야당이 되니 지난 2일 국회 상임위에서 통과시켰다고 비판했는데 이런 비판 또한 한심하다. 방송법 개정은 2016년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당론으로 강하게 밀어붙였으나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이 반대했고, 2018년 야당이 된 국민의힘이 같은 개정안을 들고나오자 여당인 민주당이 외면했다. 학계와 언론계 모두 개정 필요성을 인정하는데도 여당만 되면 기득권을 놓기 싫어 법을 안 바꾼다. 이명박 정부가 정연주 전 KBS 사장을 감사·수사 끝에 해임했다가 대법원에서 무죄와 해임 취소가 확정되고, 문재인 정부가 강규형 전 KBS 이사를 해임했다가 역시 대법원에서 뒤집힌 일도 여야가 판박이다. 정권이 진짜 원하는 것은 ‘공정 언론’이 아니라 우호적인 ‘편파 언론’이라는 사실이 이렇게 투명할 수가 없다.
국민의힘은 “(방송법 개정보다) 공정성 확보 방안이 먼저”(윤두현 의원)라는데 지배구조가 외압에 취약하다면 공정성을 확보하기는 불가능하다. 권력과 시장의 압박을 기자들에게 가하는 것은 결국 경영진과 뉴스룸 간부들이기 때문이다. 좋은 언론은 뛰어난 기자와 외풍을 막는 경영진의 합작품이다.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을 물러나게 만든 워터게이트 특종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워싱턴 포스트의 사주 캐서린 그레이엄이 역사에 남은 이유다.
2005년 고종석 당시 한국일보 객원논설위원은 칼럼 ‘이런 신문 하나쯤은…’에서 언론의 가치를 언급하며 “한국일보가 우리 사회를 움켜쥔 ‘큰손’의 완전한 포로나 동맹자가 된 적은 없다”고 썼다. “좌에서 우로, 민족주의에서 개인주의로, 세계화론에서 반세계화론으로, 생태론에서 문화론을 거쳐 경제론으로, 민족공조론에서 연미론(聯美論)으로 널따랗게 퍼져” 있는 기자들의 다양성이 공론의 장에는 미덕이라고 했다.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지고 언론 또한 부응하는 이 시점에 이런 신문 하나쯤 필요하다는 그 주장이 비단 한국일보만 가리키지 않을 것이다. 권력에 포획되거나 영합하지 않는 언론, ‘우리 편’ 입맛에 맞는 팩트만 취사선택하거나 듣고 싶어하는 뉴스만 전달하지 않는 언론이 절실히 필요하다. 누군가의 편에 서야 한다면 언론은 진실의 편에 서야 한다.
권력은 언론이 불편하겠지만 감내할 가치가 충분하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고별 기자회견에서 의심 많고 비판적인 언론 덕에 “백악관이 더 정직하고 열심히 일할 수 있었다”고 했고 “민주주의 핵심은 자유로운 언론에 있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는 언론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 MBC를 ‘악의적 왜곡 언론’이라 공격하며 언론의 자유를 훼손하는 길, 문재인 정부도 하지 못한 공영방송 장악의 악습을 끊어내는 길이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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