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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공들인 '에세'··· "몽테뉴와 마주 앉아 대화하는 기분으로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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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 수상작인 ‘에세’는 15년의 번역 끝에 나왔다. '에세'는 16세기 프랑스 대표 철학자 미셸 드 몽테뉴(1533~1592)가 20여 년간 집필한 107편의 글을 엮은 책으로, 불문학자인 심민화(70) 덕성여대 명예교수와 최권행(68) 서울대 명예교수가 함께 10년간 번역하고 5년간 감수해 펴낸 역작이다. 두 사람은 각각 "몽테뉴가 살며 부딪치는 모든 것에 대해 쓴 책이라서 일상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이든 '에세'에 대입해 읽을 수 있을 것"(심 교수),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자신의 절실한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으로 몽테뉴가 쓴 글"(최 교수)이라며 '에세'를 설명했다.
총 3권으로 나눠진 '에세'는 모두 1,988쪽 분량이다. 처음엔 홀수 장을 최 교수가, 짝수 장을 심 교수가 각각 번역해 서로 검토했다. 번역이 길어지면서 2권은 심 교수가, 3권을 최 교수가 나눠 번역했다.
15년은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몽테뉴를 마주하는 시간을 즐겼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40대 중반 처음으로 이 책(손우성 교수의 완역본인 '수상록')을 읽었는데 당시 처해 있던 어려움을 떨칠 계기가 됐고, 이 삶에서 사랑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배웠다”면서 “그래서 새로이 번역을 할 때는 몽테뉴와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기분이었다”며 웃었다. 최 교수도 “우리 삶과 역사, 세계 등 모든 것에 대한 생각을 거침없이 펼쳐 나가는 몽테뉴의 생각을 따라가는 것이 어려웠지만 매우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몽테뉴가 삶을 대하는 태도는 번역자들에게도 큰 감동을 줬다. 심 교수는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람도 있지만 세상에는 그들을 이용하거나 짓밟으려는 사람도 있다”면서 “몽테뉴는 냉철하게 인간의 이 두 가지 면을 다 꿰뚫어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몽테뉴는 인간의 치사함과 폭력성을 직시하면서도 인간성에 대한 부정으로 나아가지 않았던 점이 큰 감동을 줬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몽테뉴의 낙관적 태도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노인이 돼 가는 몽테뉴가 쓴 글에는 노인의 현실을 그리면서도 이 세상에 태어나 사는 것도 축복이라는 낙관의 기운이 있다"며 "뿐만 아니라 모든 독자를 제1의 벗으로 생각해 경청하고 공감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 몽테뉴의 결실이 에세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에세'는 고전이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수업 때 '에세'를 가르치고 나면 학생들에게 "살다 보니 몽테뉴가 생각난다"는 연락을 종종 받는다는 최 교수는 "젊은 친구들에게도 세상을 바라보는 법, 자신이 체험하는 것을 정리하는 데에 도움이 되더라"라고 했다. 이밖에도 책에는 인간 외의 다른 생명을 연민하는 삶의 자세나 문화 상대주의 등 몇 세기나 앞서간 몽테뉴의 사상이 담겨 있다.
'에세'는 유럽에선 자기 전 읽는 책 중 하나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심 교수는 "외로움,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친구로 권하고 싶다"고 했다. 최 교수는 "몽테뉴는 500년 전 사람이지만 현재에도 큰 울림을 주는 자신만의 감각으로 책을 써 나갔다"면서 "젊은 세대부터 나이 든 세대까지 삶의 지혜를 얻고 싶을 때마다 각 장을 펼쳐 몽테뉴에게 해답을 구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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