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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멘"의 배신... 테슬라 추락에 1조 사들인 서학개미 운다

입력
2022.12.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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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사이 주가 -60%
서학개미는 집중 매수
'머스크 리스크' '실적 부진' 겹쳐

10월 미국 워싱턴DC에서 트위터 로고와 함께 찍힌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연합뉴스

10월 미국 워싱턴DC에서 트위터 로고와 함께 찍힌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연합뉴스

한때 "테멘(테슬라와 아멘의 합성어)"을 외치며 테슬라에 열광했던 서학개미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주가가 연초 대비 70% 가까이 폭락하며 추락을 거듭하고 있어서다. 특히 서학개미들은 최근 석 달간 테슬라를 우리 돈으로 1조 원 넘게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저가 매수'란 믿음을 배신하고 주가는 내리막을 멈추지 않고 있다.

테슬라는 23일(현지시간) 1.76% 내린 123.15달러에 마감했다. 6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주가는 2020년 9월 수준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11월 주가가 400달러를 웃돌며 1조 달러를 넘어섰던 시가총액은 3,889억 달러로 3분의 1 토막이 났다. 특히 9월 말 이후에만 주가 하락률이 약 60%에 이른다. 이 기간 나스닥이 8%가량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주가가 유독 가파르게 폭락했다.

문제는 이 석 달 사이 서학개미들이 테슬라를 1조 원 넘게 사들였다는 점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3개월(9월 21일~12월 21일 기준) 동안 국내 투자자가 순매수한 테슬라 주식은 10억7,754만 달러로 우리 돈 1조3,800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테슬라는 9월 중순까지 300달러 전후 가격에서 횡보하다 21일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현재 주가가 '바닥'일 거라는 '저가 매수' 전략으로 테슬라를 사들이기 시작한 서학개미들로선, 주가가 반등하기는커녕 본격적인 추락에 베팅한 것과 다름없는 결과를 받아든 셈이다.

투자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주식 정보가 오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테슬라의 배신이 시작됐다" "절대 팔면 안 되는 주식인 줄 알았는데, 손절(손해를 보고 매도)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가장 믿었던 테슬라 손실률이 가장 높다" 같은 하소연이 빗발치고 있다.

글로벌 대표 성장주로 대접받던 테슬라의 폭락을 두고 시장은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 낙폭이 거세졌다는 원성이 높다. 최근 머스크는 트위터 자금난 해소를 위해 약 5조 원에 달하는 테슬라 주식을 팔아 치운 데다, CNN과 워싱턴포스트 등 자신에게 비판적인 주요 매체 기자들의 트위터 계정을 정지했다 복구 시키며 사유화 논란에도 휩싸였다.

이 같은 '오너 리스크' 외에도 경기 침체와 맞물리며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는 등 실적 부진도 테슬라 주가를 끌어 내리고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머스크가 트위터 경영에 집중하면서 테슬라는 사상 최악의 한 해를 앞뒀다"며 "투자자는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에, 월가는 테슬라 전기차 수요 둔화에 분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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