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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속 시한폭탄' 뇌동맥류, 추위 때 각별히 조심해야

입력
2022.12.23 20:39
수정
2022.12.23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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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추워지면 혈관 질환 위험 높아… 뇌동맥류도 파열 가능성 증가
'뇌동맥류=초응급 질환' 치명률도 높아… 파열 전엔 증상 없어
10년간 입원 환자 2.7배 늘어… 50~60대 60%, 여성 환자 2배 많아

뇌동맥류는 파열되면 30%가량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위중한 병이므로 위험 요인이 있다면 평소 정기검진을 하는 것이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뇌동맥류는 파열되면 30%가량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위중한 병이므로 위험 요인이 있다면 평소 정기검진을 하는 것이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엄동설한(嚴冬雪寒)’이다. 이런 강추위에는 혈관 질환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특히 뇌혈관은 심장에서 대동맥을 거쳐 맨 먼저 혈류가 도달하는 기관으로 순간순간 혈압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뇌세포는 일정한 혈류량 유지를 필요로 해 혈압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뇌동맥류(腦動脈瘤ㆍcerebral aneurysm)는 뇌에 피를 공급하는 동맥 혈관이 약해져 풍선이나 꽈리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를 말한다. 뇌졸중(뇌경색, 뇌출혈)처럼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뇌혈관 벽이 혈역학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올라 풍선처럼 약해지면서 미세한 균열이 생기거나 파열되면 뇌출혈을 일으키는 초응급 질환이다.

시한폭탄에 비유될 정도로 출혈이 발생하면 치명적이고 신경학적으로 다양한 후유증이 나타난다. 다만 일반적으로 뇌동맥류가 뇌를 누를 정도로 커지거나 파열되기 전에는 큰 증상이 없어 지나치기 쉽다.

장동규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추운 겨울에는 실내외 온도 차가 커서 혈관이 갑자기 수축했다가 팽창할 수 있으므로 혈압 변화가 잦을 수 있다”며 “뇌혈관이 혈압을 이기지 못해 뇌동맥류가 터질 위험이 증가하는 만큼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비 파열성 뇌동맥류 발생 추이

비 파열성 뇌동맥류 발생 추이


◇입원 환자 10년 새 2.7배 늘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파열되지 않은(비파열성0 뇌동맥류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은 환자는 모두 3만147명으로 2011년 1만1,005명보다 10년 새 2.7배가량 늘었다.

연령별로는 지난해 기준으로 60대가 32.0%로 가장 많았고, 50대 29.8%, 70대 18.4%, 40대 12.3% 순이었다.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또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蜘蛛膜下ㆍ거미막하) 출혈’로 입원 치료를 받은 환자도 2011년 5,390명에서 2021년 6,071명으로 12.6% 증가했다.

뇌동맥류 발생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혈관 벽을 약하게 하는 요인은 일부 알려져 있다. 바로 흡연과 고혈압, 과음 등이다.

또 뇌동맥류 환자의 절반은 중년 여성인데, 이는 혈관을 보호하는 여성호르몬 에스트로젠 분비가 폐경 후 줄어들면서 뇌동맥류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에선 머리 부상이나 혈액 감염 후 뇌동맥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뇌동맥류 가족력이 있다면 미리 검진을 받는 게 좋다. 다만 일반적인 두통만으론 뇌동맥류를 의심할 수 없다. 다만 뇌졸중 가족력이 있거나, 40대 이상에서 만성 두통이 지속되거나 머리가 깨질 듯한 극심한 두통이 발생하면 뇌동맥류 가능성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장동규 교수는 “뇌동맥류는 대부분 크기가 상당히 커지거나 파열될 때까지는 별다른 증상이 없어 증상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며 “다만 뇌동맥류가 커지면서 주변 뇌신경을 누를 경우 한쪽 눈을 뜰 수 없는 안검하수나 복시, 마비 등 신경학적 이상이 발생할 수 있고, 뇌동맥류가 파열돼 뇌출혈이 크게 발생하면 뇌압 상승으로 극심한 두통이 발생하고 심하면 혼수 상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신경학적 상태에 이르게 되는데, 이러한 두통이 나타났을 때는 되도록 빨리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파열되면 망치로 맞은 듯한 극심한 두통

뇌동맥류 환자는 혈관이 터진(파열성) 환자와 그렇지 않은 비파열성 환자로 나뉜다. 지난해 입원 환자를 기준으로 파열성 환자가 17%, 비파열성 환자는 83%를 차지했다.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뒷목이 뻣뻣해지거나 갑작스러운 의식 저하,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은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평생 경험해보지 못한 극심한 파열성 두통을 갑자기 느끼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지주막 아래 공간으로 피가 한꺼번에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파열 당시 극심한 두통을 느끼게 되면 대부분 즉시 응급실로 오게 되는데 이 경우는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다.

뇌동맥류 파열 시 뇌혈관이 받는 압력과 파열 부위 크기에 따라 출혈량이 결정되고 출혈량이 너무 많으면 응급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비파열성 뇌동맥류 환자는 간혹 두통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별다른 증상이 없을 때가 많다. 건강검진을 받다가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뇌동맥류가 터지면 뇌출혈이 생기는데, 살짝 터지면 뇌출혈이 많지 않고 일시적으로 멈출 때가 있다. 이때까지는 의식 불명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고 극심한 두통 외에는 신경학적 이상이 없기도 한다. 하지만 이때 즉시 치료하지 않으면 다시 출혈이 발생한다.

첫 뇌출혈 발생 시 사망률이 30% 정도라면 재출혈 후 사망률은 80% 이상까지 올라간다. 따라서 파열된 뇌동맥류가 다시 출혈되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눈썹 절개 수술, 상처 부위 작아 환자 부담 줄어

뇌동맥류 크기는 보통 작은 동맥류(10㎜ 이하), 큰 동맥류(10~25㎜), 거대 동맥류(25㎜ 이상)로 분류한다. 크기가 커질수록 파열 위험성이 현저히 증가한다. 다만 크기가 작아도 파열될 위험성은 있다.

크기 외에도 위치ㆍ모양이 파열과 관련된 중요한 인자다. 뇌동맥류가 대뇌 쪽의 전방 순환계보다 소뇌 쪽의 후방 순환계에 위치하면 더 잘 터지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 뇌동맥 가지가 나뭇가지처럼 갈라지는(分枝) 부위에 위치하거나, 모양이 불규칙적으로 울퉁불퉁할 때 터지기 쉽다. 파열된 뇌동맥류와 동시에 발견된 비파열성 뇌동맥류는 일반적인 비파열성 뇌동맥류 환자의 뇌동맥류보다 파열 가능성이 높아 조기에 수술할 때가 많다.

뇌동맥류 진단은 컴퓨터단층혈관촬영(CTA), 자기공명영상혈관촬영(MRA), 뇌혈관 조영술로 한다. 최근에는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만으로 뇌동맥류를 진단하고 치료 계획을 세우기도 하지만, 아직 뇌혈관조영술에 가장 큰 비중을 둔다.

대퇴동맥 혹은 손목(요골)동맥에 카테터를 삽입해 뇌혈관을 확인하는 뇌혈관조영술은 치료에 직접 이용되기도 하는데 수술만큼 많이 쓰이고 있다.

뇌동맥류는 동맥류 위치ㆍ크기에 따라 뇌출혈 위험이 매우 낮다면 정기적인 영상추적ㆍ관찰하지만 수술로 주로 치료한다. 치료는 허벅지 대퇴동맥을 통해 작은 관을 뇌동맥류에 유치하고 백금 코일을 넣는 뇌혈관 내 코일색전술(시술)과 두개골을 절개해 뇌동맥류를 찾아 클립으로 묶거나 조이는 클립결찰술(수술) 등 2가지 방법이 쓰인다.

코일색전술은 혈관 내 치료 기구 발달로 뇌동맥류에서 많이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재발률이 클립결찰술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최근에는 최소 침습으로 눈썹 절개를 통한 클립결찰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눈썹 절개 수술은 눈썹 부위를 3~4㎝ 정도 절개한 뒤 두개골을 작게 연 상태에서 클립결찰술을 시행한다. 상처 범위가 작아 수술 부담이 현저히 줄었다.

장동규 교수는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반드시 치료해야 하지만 파열되지 않은 뇌동맥류는 무조건 수술할 필요는 없다”며 “환자 나이, 건강 상태, 동맥류 파열 위험성이나 위치, 모양, 개수, 크기 등을 고려해 치료법을 정한다”고 했다.

뇌동맥류 진단을 받았다면 고혈압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금연하며 뇌동맥류 파열 가능성에 대해 뇌혈관 전문의와 상의한다.

치료를 받지 않은 비파열 뇌동맥류 환자는 추적 영상 검사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정해진 가이드라인은 없지만 최초 1년 후 추적 관찰하고, 그 이후 2~5년마다 정기적인 관찰을 권한다.

장동규 교수는 ”뇌동맥류는 파열하면 절반 정도가 병원 도착 여부와 상관없이 사망에 이르거나 심각한 후유장애를 남길 만큼 발병만으로도 경과(예후)가 매우 좋지 않다”며 “하지만 뇌동맥류가 파열되기 전에 치료하면 90% 이상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고 완치도 가능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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