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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에도 만만찮은 동북아 안보해법

입력
2022.12.27 00:00
수정
2022.12.27 09:42
27면
지난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담.

지난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담.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8차례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대략 3, 4년에 한 번꼴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6개월 동안 2차례의 정상회담을 열었다. 지난 6월 나토 정상회담에서 3국 정상이 만난 후 5개월 만에 프놈펜에서 다시 마주 앉은 것이다. 정상회담 개최 빈도 못지않게 주목할 것은 ‘인도‧태평양 한미일 3국 파트너십’이라는 제목을 단 5,300자 분량의 공동성명이다. 대북 억제, 대중 견제, 아세안 협력, 태평양 도서국 공동 프로젝트, 기술 및 공급망 협력 등을 모두 망라한다. 한미일 정상회담 역사상 가장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내용이다.

한미일 공조 수준을 순식간에 끌어올린 동력은 3국 정부 각자의 필요성이다. 미국은 중국의 위협에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안보협력의 범위를 확대하기를 원한다. 이미 오커스(AUKUS) 동맹과 쿼드(QUAD) 등 소(小)다자 네트워크를 통해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의 횡적 연계를 도모해 온 미국에 한미일 3각 협력은 퍼즐의 마지막 한 조각과도 같다. 일본은 3국 협력 방식을 통해 북핵 억제 능력을 높이는 한편, 미일동맹을 중심으로 한미일 안보협력을 끌고 감으로써 한반도에 영향력을 확보하고자 한다. 한국은 정권 교체 이후 억제 위주의 대북정책을 강화하면서 북한발 도발 징후에 대한 탐지-경보-추적 능력을 높이고자 한다. 한미일 안보협력을 확대함으로써 한미동맹의 신뢰성과 효율성을 제고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본다.

한미일 3국이 안보협력 확대를 통해 얻고자 하는 기대이익의 가중치가 정확히 일치하기는 어렵다. 공통분모를 찾아갈 뿐이다. 그러다 보니 서로 다른 인식과 계산법도 존재한다. 3국의 인식 차를 극복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나라는 따로 있다. ‘한미일 맞춤형’ 도발 시리즈를 선보인 북한이다.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단거리 미사일을 날려 한국을 위협했고, 열도를 넘기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로 일본에 경종을 울렸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장에서는 워싱턴 타격을 공언했다. 공통의 위협 증대가 피위협국의 안보협력을 촉진한다는 국제정치의 상식을 북한이 모를 리 없다. 그러나 한미일을 자극해 북중러가 뭉친다면 북한에는 유리한 구도가 만들어진다는 노림수가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한미일 프놈펜 공동성명을 차질 없이 이행하기 위해서는 한일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과거 한미일 협력의 장애물도 역시 한일관계였다. 그렇다면 한미일 안보협력 확대라는 지역 내 소(小)다자 협력이 한일 간 양자관계 개선을 촉진하는 ‘아웃사이드 인(outside-in)’ 효과로 나타날까. 아직은 쉽지 않아 보인다. 답변을 내놓아야 할 질문은 더 있다. 한반도 주변이 포연에 휩싸일 경우 일본 자위대는 어디에 있을 것인가.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체계는 동북아 지역에서 현실화할 것인가. 대만과 남중국해 유사시 주한미군에게는 어떠한 역할이 주어질 것인가. 하나같이 복잡한 방정식 문항들이다. 과거 인식에 기초한 현재의 정답과 미래의 현실이 동일할 수도 있지만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2023년 초부터 서둘러 답을 찾아내야 할 질문들이라는 사실뿐이다.


성기영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외교전략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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