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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과 달걀이 우리에게 오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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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에 공개된 '구데타마: 엄마 찾아 뒹굴뒹굴'을 우연히 보게 됐다. 구데타마(ぐでたま)는 일본 캐릭터 전문기업 산리오가 만든 '게으른 달걀' 캐릭터로 술 취한 사람이 흐느적거리듯 게으른 모습을 뜻하는 구데와 달걀을 뜻하는 타마가 합쳐진 말이다. 이번 공개된 영상은 구데타마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시리즈다.
이야기는 한 초밥집에서 태어난 날달걀 구데타마와 병아리 '사키피요'가 엄마를 찾아 떠나는 여정에서 시작된다. 귀여운 캐릭터에 엉뚱한 상상력까지 더해져 보는 내내 웃음을 주지만 가벼운 내용만 있는 건 아니다.
시리즈는 이들이 엄마를 찾는다는 설정으로 우리가 먹는 닭과 달걀이 어디서 오는지를 보여준다. 사키피요는 엄마 이름이 '줄리아'라는 사실을 알고 농장을 찾아가지만 줄리아는 개량된 품종 이름임을 알게 된다. 그나마 이들이 찾아간 농장은 닭들을 풀어 키우지만 대부분의 닭이 좁은 공간에 갇혀 산다는 점도 언급된다.
평생 닭장에서 알만 낳던 암탉이 양계장을 탈출하는 이야기를 다룬 '마당을 나온 암탉', 꽃향기를 좋아하는 소가 투우장으로 끌려간 내용의 '페르니난드',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슈퍼돼지 이야기를 담은 '옥자', 서커스단에서 나온 당나귀의 여정을 그린 로드무비 'EO'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농장동물을 다룬 영화나 다큐멘터리는 우리 식탁에 오른 동물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무조건 먹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적어도 이 음식이 어떤 과정을 통해 우리에게 오는지 생각해보고, 또 농장동물이 처한 현실 가운데 바꿔야 할 게 있다면 바꿔나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구데타마를 보니 얼마 전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동자연)가 메타버스(디지털 가상공간) 플랫폼 '게더타운'에서 개최한 케이지프리(Cage free∙방사사육) 페스티벌이 떠올랐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된 행사로, 게더타운에서 관련 강의도 듣고 모래목욕을 좋아하는 닭의 습성을 떠올리며 샌드아트 상품을 만들어보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이를 통해 참가자들은 A4 한 장 크기에도 미치지 못하는 공간에서 평생 알을 낳는 산란계의 고통을, 또 케이지달걀이 아닌 동물복지달걀을 선택한다면 산란계의 삶을 조금이라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정보를 알게 됐을 것이다.
얼마 전 인터뷰한 서국화 동물전문변호사는 꼭 개정하고 싶은 법으로 축산물위생관리법을 꼽았다. 축산물로 이용되는 동물이 존엄성을 갖는 생명이라는 인식이 전혀 깔려있지 않아서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만큼 사람들에게 영향을 크게 미치게 되므로 동물 관련 법 가운데서도 가장 마지막에 바뀔 것 같다고 했다.
농장동물이 처한 환경은 결국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바뀔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들이 처한 현실을 정확하게 아는 것은 중요하다. 당분간 달걀 요리를 보면 노른자에 눈과 입이 그려진 구데타마가 떠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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