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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딸을 위해 쓴 '토마토 기준'··· "좋은 것만 먹이고 싶은 마음 담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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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갛고 동그란 토마토들이 줄지어 있다. 얼핏 보면 그게 그거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부 다르다. 각양각색의 어린이들처럼. 제63회 한국출판문화상 어린이·청소년 부문 수상작 ‘토마토 기준’의 저자 김준현(35) 시인은 "멀리서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가까이 보면 각자 개성이 있는 매대 위 토마토를 보면서 '어린이들도 우리가 통칭하는 개념보다 더 다양한 모습을 가진 건강한 토마토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쓴 시"라면서 "'토마토 기준'은 곧 '어린이 기준'이란 뜻"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집에 담긴 시들은 ‘말 맛’을 살리는 데에 집중한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재미있어서”라는 단순한 답이 돌아왔다. 그는 “아이들이 언어를 향유하고 자신만의 의미를 덧붙일 수 있었으면 해서 (시를 쓸 때) 오히려 의미를 좀 덜 부여하려고 한다”면서 “동시에 유독 말의 물성이 강한 작품이 많은 이유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시집에 담긴 시들은 빨간 토마토 11개가 굴러다니는 경쾌한 표지처럼 밝고 명랑하다. 시 '도'(서양 음악의 7음계 중 첫 번째)에서도 '아무리 힘들어도/아무리 슬퍼도/괜찮아 그래도'라며 말 끝에 붙인 '도'의 각운과 리듬감이 희망의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막다른 곳에서도/힘을 내는 도가 있어/아직도'라는 구절이 말해주듯.
시집 맨 뒤에 담긴 어린이들의 추천사도 눈길을 끈다. “수학 문제를 풀다가 뇌가 점점 쪼여 오는 것 같을 때 동시를 읽으면 좋겠다”(초등학교 3학년 이은새 학생)와 같은 감상평을 비롯해 작가의 시를 어린이가 ‘패러디’한 시도 실렸다. 부모나 교사를 통해 전해 들었던 아이들의 감상을 직접 접한 것은 그에게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그는 “동시를 자신의 삶에 이입해 읽어준 친구들이 많았다”면서 "책에 실리는 글이니 예의를 차릴 줄 알았는데 진솔하게 써 줘서 재밌었다"며 웃었다.
첫 동시집 '나는 법' 이후 5년 만의 동시집 '토마토 기준'은 세 살 딸 태린양을 위해 썼다. 아이에게 좋은 것만 골라 먹이고 싶은 마음처럼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김 시인은 “내가 아는 현실이 밝지만은 않다는 사실과 딸에게 밝은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긴장 관계를 형성하면서 언어도 탄력을 계속 얻어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시를 대하는 마음도 조금 달라졌다. 그는 "'나는 법'은 돌이켜보면 동시가 좋아서 썼던 것이지, 어린이 독자까지 염두에 두진 못했던 것 같다"면서 "딸과 놀면서 만난 어린이 친구들과 글을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 출판문화상 수상은 그에게 더 뜻깊다. 김 시인은 "어린이들과 같이 만든 책이 사랑받게 돼 기쁘다"면서 "아이들을 넘어 어른들도 동시집을 보면서 열 살 초등학생들과 같은 감동을 느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 작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동시 평론을 통해 다양한 어린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는 그는 "산문을 통해 어린이라는 존재를 바라보는 시야를 확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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