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김건희 소환해야"…이재명 소환에 되치기 나선 민주당

검찰 수사 형평성 제기하며 공세 나서
출석 유불리 놓고 친명계도 의견 엇갈려

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강원 춘천시 민주당 강원도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49차 강원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검찰 소환장을 받은 데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검찰이 이재명 대표를 피의자로 소환을 통보하면서 일격을 맞은 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소환을 촉구하며 되치기에 나섰다. 검찰이 이 대표의 최측근을 줄구속하며 속도를 냈던 대장동 의혹이 아니라, 경찰 단계서 무혐의로 종결된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이 대표를 소환하자 내심 안도하는 동시에 수사 형평성을 고리로 공세에 나선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의 출석 여부에 대해선 명확하게 입장을 내놓지 않으며 출석 유불리를 계산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통령 가족 소환해야"…지도부도 김건희 때리기

이 대표는 23일 강원 춘천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이) 저를 아무리 털어도 안 나오다 보니 이제는 무혐의 처리했던 사안을 다시 꺼내서 소환했다"며 "윤석열 정권의 망나니 칼춤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파렴치한 야당파괴 조작수사의 최전선에서 당당히 맞서고 싸워 이기겠다"고 말하면서도 검찰의 소환 통보에 응할지 여부에 대해선 침묵했다. 대신 "혐의도 뚜렷하지 않은 제게 언제 소환에 응할 것이냐 물을 게 아니다"라며 "중범죄 혐의가 명백한 대통령 가족은 언제 소환조사를 받을 것이냐를 먼저 물어보시길 바란다"고 검찰의 수사 형평성을 문제 삼았다.

최고위원들도 가세해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 김 여사의 소환을 촉구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검찰이 먼저 소환해야 할 사람은 대통령 부인 김 여사"라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피의자들은 구형과 재판까지 마쳤는데 왜 김 여사만 열외냐"라고 지적했다. 당내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찬대 최고위원은 "카드 돌려 막듯 대장동에서 안 나오면 성남FC"라며 "검찰은 이재명 집착을 버리고 혐의가 확실한 도이치모터스 수사에 집중해 지금이라도 김 여사를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출석 여부 안갯속 전략...친명계서도 주장 엇갈려

민주당은 일방적인 소환 통보 절차에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이 대표의 출석 여부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 표명을 피하고 있다. 다만 검찰의 1차 소환일인 28일에는 이 대표의 광주전남 지역 민생투어 일정이 예정된 만큼 불응한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이번 소환은 절차적이나 내용적인 면에서 무리하고 무도한 소환"이라며 "당내에선 당대표가 끌려갈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서면 조사로 대체하거나 검찰 측과 소환 일정을 재조율할 가능성에 대해선 "검토하고 있다"며 여지를 열어뒀다. 이 대표가 소환에 끝내 응하지 않을 경우 검찰이 국회로 체포동의안을 송부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동향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친이재명계 의원 사이에서도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다. 김남국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피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당당하게 임할 거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친명계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검찰의 기소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 대표가 나가는 게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며 "검찰 소환에는 불응하고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면 된다"고 주장했다.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