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55세에 연금 얼마 받아?"… 대답 못 했다면 여길 보세요

입력
2023.01.01 07:00
15면
구독

내 연금 얼마인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
통합연금포털에서 55세부터 조회 가능
예상액 추정 조건까지 알면 '금상첨화'

편집자주

'내 돈으로 내 가족과 내가 잘 산다!' 금융·부동산부터 절약·절세까지... 복잡한 경제 쏙쏙 풀어드립니다.


개그우먼 강유미씨가 운영하는 인기 유튜브 '좋아서 하는 채널' 속 '유미의 MBTI들' 시리즈 중 ESTJ편. 영상 속 ESTJ 유형을 연기한 강씨가 잠들기 전 자신의 연금을 확인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개그우먼 강유미씨가 운영하는 인기 유튜브 '좋아서 하는 채널' 속 '유미의 MBTI들' 시리즈 중 ESTJ편. 영상 속 ESTJ 유형을 연기한 강씨가 잠들기 전 자신의 연금을 확인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아내 : 강유미 MBTI 유튜브 봤어? 오빠랑 하는 게 똑같던데.
남편 : ESTJ 사람들 공감능력 없다고?
아내 : 잠들기 전에 하는 패턴이 완전 똑같아. 빨리 봐봐.

동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특히 영상에서 ESTJ 유형을 연기한 개그우먼 강유미씨가 잠들기 전 자신의 연금과 수익률을 체크하는 모습이 압권이었습니다. 제가 밤마다 그러고 있거든요. 공감능력을 잃는 대신 현실감각을 얻었다는 ESTJ. 그런데 혹시 ESTJ 유형만 밤마다 연금을 체크하나요. 다들 55세부터 죽을 때까지 해마다 연금을 얼마씩 받는지 다 알고 있는 것 아닌가요?

주변에 물어보니 그걸 체크하는 사람들은 극소수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다들 "모른다"고 하면서도 대화 말미엔 꼭 질문 하나를 던지더라고요. "그걸 볼 수 있다고? 어디서 보는 건데?" ESTJ만 연금이 궁금한 건 아닌가 봅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분도 있겠지만, 모르는 분들을 위해 '내 연금 확인하기'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내 연금 확인은 어디서?

내 연금을 찾아가는 길은 생각보다 정말 간단합니다.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통합연금포털 홈페이지에 방문하면 끝이에요. 갑자기 금감원이 언급돼서 의아해하실 수 있겠지만, 연금 역시 금융상품인 만큼 금감원이 관리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통합연금포털 홈페이지. 금감원 캡처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통합연금포털 홈페이지. 금감원 캡처

이제 통합연금포털에 방문했다면 회원가입 절차인 '연금정보 통합조회 서비스'를 반드시 신청하세요. 신청 시 실명인증과 본인인증(공동인증서·휴대폰)은 필수입니다. 연금정보를 한 번에 조회하기 위해선 각 금융회사에서 개별 정보를 받아와야 하는데 이때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가 필요하거든요. 물론 수집 목적은 '연금포털을 통한 연금정보 조회 서비스 제공'에 한정되니 안심하세요.

다만 안타깝게도 오늘 신청하더라도, 연금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는 없어요. 신청자의 연금정보를 각 금융회사에 요청하고 이를 회신받는 데까지 최대 3영업일이 걸리기 때문이죠. 오늘 미리 신청해 놓고 주말이나 여유 시간이 생길 때 다시 접속해 보세요. 다행인 점은 첫 접속 시에만 3영업일이 소요되고 그 다음부터는 실시간으로 연금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80세 되면 한 달에 577만 원을 받는다고?

잠깐! 설마 3영업일이 걸린다고 해서 벌써 흥미가 떨어진 건 아니죠? 제 정보를 미리 보여드릴 테니 참고해 보세요. 아마 보고 나면 본인 연금을 더 확인하고 싶을 겁니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로그인 후 상단 배너에서 '내 연금조회' 버튼을 클릭하면 연금 계약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요. 국민연금은 물론, 퇴직연금, 개인연금, 주택연금까지 한 번에 조회가 가능하죠. 본인의 연금 계약 조건에 따라 지급 시점부터 1년 단위로 얼마씩 받는지 확인할 수 있고, 표와 그래프로 한눈에 보는 것도 가능하죠. 심지어 엑셀 다운로드도 가능합니다.

자, 저는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요? 저는 만 55세부터 해마다 개인연금 71만 원(종신)을 받고, 60세부터는 여기에 퇴직연금(개인형 IRP) 750만 원(20년간 지급)과 또 다른 개인연금 94만 원(종신) 지급이 시작돼요. 65세부터는 국민연금(종신)을 받는데 생일이 6월이라, 첫해엔 절반인 2,440만 원을 받네요. 국민연금은 물가상승률에 따라 지급액이 늘어나기 때문에 퇴직연금 지급이 끝나는 80세가 제 연금 수급액의 1차 고점이고, 이때 한 해에 6,929만 원·한 달 기준 577만 원을 받습니다.

금액만 보면 이미 연금부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짧지 않은 인생 잘 살아온 거 같아 뿌듯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호락호락하지 않죠. 46년 뒤인 무려 2068년이 돼서야 월 577만 원을 받는다는 얘긴데, 물가상승률도 고려해야죠. 물가상승률을 2.5%로 가정하고 6,929만 원의 현재 가치를 계산기로 두드려 보면 대략 2,220만 원 정도가 나옵니다. 2%로 가정하면 2,780만 원 정도네요. 결론적으로 저는 대략 200만 원 안팎의 연금을 기본으로 깔고 노후를 보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직장을 그만둬도 이만큼 받을까?

일단 여기까지 확인한 것도 대단한 일이에요. 연금 관련 전문가들 얘기를 들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몇 살부터 얼마의 연금을 받는지 모른다고 하니까 말이죠. 그런데 이제 우리는 대략적으로나마 몇 살부터 얼마의 연금을 받는지 아는 수준에 올랐잖아요. 큰일 하신 겁니다!

그런데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있어요. 우리가 알게 된 연금액은 어쨌든 실제 연금액이 아닌 미래에 받을 연금액을 추정하는 거잖아요. 그러니 추정의 정확한 조건을 알아둘 필요가 있어요. 직장을 그만두거나, 초고속 승진을 하거나, 퇴직금을 받거나, 연금 상품 수익률 수준에 따라 연금액이 출렁일 수 있거든요.

우리은행 캡처

우리은행 캡처

먼저 제 연금액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국민연금의 경우엔 만 60세까지 중단 없이 납부하는 경우를 가정하고 있어요. 즉 직장을 그만두면 그만큼 못 받는다는 얘기죠. 혹은 직장을 그만두더라도 현재 납부금액을 그대로 유지해야 해요. 향후 소득이 늘고 물가가 상승하면 실제 국민연금 수령액은 더 증가할 수 있어요. 통합연금포털에서는 소득·물가 상승률을 △최저(3.3%) △평균(4.1%) △최고(4.9%)로 나눠서 각각의 미래가치 예상연금액을 보는 것도 가능해요.

다음은 퇴직연금이에요. 직장인이라면 퇴직 후 퇴직금을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어요. 퇴직연금은 확정급여형(DB)·확정기여형(DC)·개인형퇴직연금(IRP)으로 구분됩니다. 일단 회사가 퇴직금 적립액을 알아서 굴려주는 유형인 DB는 지난해 전체 퇴직연금 적립액의 58%(171조 원)가 해당해요. 통합연금포털에선 최근 3개월 월평균 임금·입사연도·희망 퇴직월·예상 임금인상률 등 추가 정보를 입력하면 간편하게 DB형 퇴직연금 예상수령액을 산출할 수 있어요.

DC는 회사가 부담한 적립금을 본인이 직접 굴리는 유형이에요. 저는 DB형 가입자이기 때문에 별도의 추가 정보를 입력해야 예상수령액이 나오지만, DC형 가입자들은 바로 예상수령액을 확인할 수 있어요. 통상 DC형은 DB형과 비교해 고위험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향후 수익률에 따라 예상연금액이 더 출렁일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해요.

IRP는 소득이 있는 모든 사람이 본인 돈으로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는 퇴직연금 유형이에요. 적립금을 내줄 회사가 없는 자영업자도, 이미 DB·DC형에 가입된 직장인도 가입할 수 있어요. IRP 역시 본인이 적립금을 굴릴 수 있기 때문에 공격적 투자를 할 수 있어요. 수익률 0%·2.25%·4.5%를 가정해 예상연금액을 미리 보는 것도 가능해요.

마지막으로 개인연금이 있어요. 연금신탁·연금펀드·연금보험 등이 여기에 포함되죠. 통합연금포털에서는 본인이 가입한 연금 상품의 가입일, 연금개시 예정일, 적립금 등을 확인할 수 있어요. 게다가 주택연금에 가입했다면 향후 받을 수 있는 연금도 여기서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답니다.

다만 연금도 과세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해요. 연금이 얼마나 된다고 세금까지 부과하냐는 불만이 나올 수 있지만, 연금에 부과되는 세금은 과거 적립금 납입 당시 받았던 소득공제·세액공제 혜택을 연금 수령시점에 더 적게 낸다고 보시면 덜 억울할 거예요. 구체적으로 국민연금은 종합과세 대상이지만, IRP나 개인연금은 1,200만 원 이하 시 분류과세, 초과 시 종합과세 됩니다. 반면 △퇴직연금 △주택연금 △연금보험 등은 종합과세에 해당되지 않아요.

오늘 기억해야 할 '세 가지'

구체적인 설명을 위해 많은 얘기를 했지만 우리는 여기서 중요한 점 딱 세 가지만 기억하고 마무리하도록 해요. 연금의 종류나 세액공제·과세 등 복잡한 얘기는 지금 당장 기억하지 않아도 좋아요. ①통합연금포털 사이트에 방문한다. ②가입 후 3영업일이 지난 뒤 다시 방문한다. ③내 연금이 얼마인지 확인한다.

가장 중요한 건 내 연금을 대략적으로나마 확인하고 경각심을 갖는 거예요.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50세 이상의 중고령자들이 생각하는 월별 적정 노후생활비는 부부 기준 277만 원, 개인 기준 177만 원이에요. 연금은 당장 내 얘기가 아닐 수도 있지만, 누구라도 언젠가는 직면해야 할 현실이죠. 지금부터 준비한다고 해서 손해 보는 건 전혀 없어요. 다들 이번 기회에 내 연금을 확인하고 제시된 적정 노후생활비와 비교해 보길 바랍니다.


※참고할 수 있는 링크

금감원 통합연금포털 : https://100lifeplan.fss.or.kr/

금융계산기(농협생명) : https://www.nhlife.co.kr/ho/hn/HOHN0103P05.nhl


김정현 기자

관련 이슈태그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