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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은 누가? 그러면 책임은 누가…

입력
2022.12.22 19:00
수정
2023.03.07 09:5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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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 환영 만찬을 마친 뒤 황희찬 선수와 셀카를 찍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 환영 만찬을 마친 뒤 황희찬 선수와 셀카를 찍고 있다. 뉴시스

"고생은 선수들이 했는데 배당금은 왜 축구협회가 더 가져가나." 윤석열 대통령이 월드컵 16강 진출 축구대표팀을 위해 던진 정의, 공정에 대한 저 발언은 축구협회에만 적용될 게 아니다. 이런 논리라면 권한(배당)만 행사하고 책임(고생)은 떠넘기는 것도 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법적 문제를 떠나 윤 대통령 정의론에 부합하지 않다. 고생한 사람이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는 사회여야 한다는 것으로 확장해 볼 여지도 있다. 그러면 화이트 칼라보다 현장 노동자가 고생하는 사람일 수 있고, 예산안 공방에서 법인세 감세는 '초부자 감세'라는 민주당 주장에도 맥이 닿게 된다.

보수와 진보의 주장이 뒤엉키는 지점이 윤 대통령의 발언에서 발견되는 것은 공교롭다. 윤 대통령이 취임식부터 자유를 외쳤을 때 권력에 대한 감수성이 예민한 우리 사회가 이제는 자유에 대해서도 감수성을 키우고 성숙해질 기회라고 봤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느냐, 공동체 이익을 우선 하느냐의 다툼은 언제나 조정이 필요한 시대적 과제였다. 하지만 적어도 개인 자유를 제한해 민주주의 다양성을 부인하는 혼란한 뒤엉킴은 이제 풀어낼 때가 됐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의 노조 부패에 대한 접근방식은 엉뚱하고 놀랍다. 윤 대통령은 노조 부패를 공직 부패, 기업 부패와 함께 척결해야 할 3대 부패의 하나로 규정하고 엄격한 법 집행, 사정을 주문했다. 노조를 정치 경제 권력에 맞먹는 집단으로 격상한 것도 그렇지만 법이 허용한 민간조직인 노조의 회계장부를 공권력이 근거 없이 보겠다는 건 관치의 확장이고 국가주의적 발상이다. 세금이 들어가지 않은 조직을 감시하려는 건 윤 정부가 주창하는 자유주의에 반하는 것이기도 하다.

노동개혁의 당위성은 물론 부정하기 힘들고, 노조의 깜깜이 회계 문제는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하지만 노조에 나쁜 것이 있다고 해서 원칙을 넘어선 망치를 쥐어 준다면 다음엔 이를 노조에만 휘두르려 하지 않을 것이다. 특수수사처럼 문제가 되는 것을 칼로 정교하게 도려내는 수술이 필요할 때 망치보다 메스가 제격이다. 그래야 노동개혁의 사회적 합의도 도출해내기 쉬울 것이다.

옳고 그름을 진영 논리로 재단할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는, 멀리서 찾을 것도 아니다. 언론자유를 외쳤던 사람들이 민주화운동을 왜곡하는 표현을 처벌하겠다는 역사왜곡처벌법이나 상대 표현을 규제하겠다는 언론중재법을 추진했다.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는 것이 진보의 논리인데 되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경우는 일베나 여성 혐오에 대해서도 발견된다.

지지율이 반등한 윤 대통령은 오버를 걱정할 만큼 용기백배한 모습이다. 자신감을 갖고 국정에 소신으로 임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윤 대통령이 진두지휘하는 법과 원칙은 중요하나 여기에 현실성을 부여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밀어붙이기식 수사와 국정은 다르다. 정교하고 치밀한 법 논리라도 진영을 떠나 국민 가슴에 와닿고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어야 공허하지 않게 된다.

사실 우리가 카타르 월드컵에서 주목해 봐야 할 것은 다른 데 있다. 참가한 32개국 축구선수 중 10%가량은 해당 국가 출신이 아니다. 4강에 진출한 모로코를 비롯해 튀니지 세네갈 카타르 웨일스는 해외 출생자가 10명 이상이다. 자국 출생자만으로 구성된 선수단은 축구 선진국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한국 4개국뿐이었다. 축구시장의 글로벌화를 보여주는 단면이고 그 결과는 실력의 상향 평준화로 나타났다. 아시아 아프리카 동유럽 국가들의 선전도 따지고 보면 이변이 아닌 글로벌화의 산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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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규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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