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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라는 거짓말’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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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중국 정부는 “거리두기 완화로 정책 전환 후 한 달간 코로나19 감염 사망자는 중국 전체에서 11명”이라고 지난 20일 발표했다. 베이징에서만 하루 사망자가 수천 명씩 급증해 화장장이 마비인 상황이라, 전 세계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중국 정부는 “기저질환자의 코로나 감염 사망은 통계에서 제외했다”고 황당한 해명을 내놓았다. 같은 날 우리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당시 소득 양극화 확대와 집값 상승, 비정규직 증가 등 경제정책의 실패를 감추기 위해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 감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19세기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이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과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숫자라는 권위를 등에 업은 통계가 거짓말의 주요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것은 오래된 상식이다. 트웨인은 영국 총리를 지낸 벤저민 디즈레일리의 명언을 인용한 것이라고 밝혔는데, 디즈레일리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유머와 풍자의 대가답게 ‘숫자든 위인이든 권위를 앞세우면 속이기 쉽다’고 경고하기 위해 거짓 인용을 집어넣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통계는 데이터 수집, 계산상 가중치 부여, 결론 도출, 해석, 인용 등 전 과정에서 주관이 개입된다. 중국 정부의 코로나 사망자 발표는 데이터 선별을 극도로 엄격하게 한 결과다. 문 정부 양극화 통계는 자료를 가구에서 개인으로 변경한 것이다. 집값 변동은 상승률이 낮은 지역이 많이 포함되도록 표본을 추출했다. 비정규직 통계는 비정규직 정의를 수정했다. 통계는 주관적 선택을 숫자로 포장한 거짓말일 수 있지만, 복잡한 세상사를 그나마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거짓말투성이 통계를 현명하게 활용한 모범 사례다. 리 총리는 2007년 랴오닝(遼寧)성 당서기 시절 공식 성장률 통계를 신뢰할 수 없어서, 왜곡 가능성이 낮은 3가지 지표를 골라 경제상황을 파악했다. 전력소비량, 은행대출잔액, 철도화물수송량이 그것인데,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가 이를 ‘리커창 지수’라고 명명해 유명해졌다. 통계의 거짓말에 속지 않으려면, 발표 요약이나 관련 기사 제목만 읽고 판단하지 말고 리 총리처럼 꼼꼼히 그 속에 담긴 거짓을 걸러내는 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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