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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 "방첩사령부, 대통령·장관도 무시하고 기무사 부활 도모"

입력
2022.12.21 15:00
수정
2022.12.2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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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방첩사령부령 개정안' 검토 후 "민간인 사찰 합법화"
"기무사, 2018년 탄핵 당시 태극기부대 구체적 개입 정황" 주장도
국방부 "방첩사 정치관여 행위 등 금지 유지할 것"

국군방첩사령부 입구. 연합뉴스

국군방첩사령부 입구. 연합뉴스

군인권센터가 국방부가 입법 예고한 '국군방첩사령부령 일부 개정안'을 겨냥해 "국방부가 기무사 부활을 도모해 전두환 시대로의 퇴행을 예고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20일 TBS 라디오 '신장식의 신장개업'에 출연해, 국방부가 공개한 방첩사령부령 개정안을 두고 "광범위하게 정치에 개입하는 업무를 다시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세월호 사찰 사건과 같은 민간인 사찰 사건이 벌어질 개연성이 높다"면서 이런 개정안을 막기 위해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소장은 개정안을 보면 "헌법기관인 국회, 대법원, 헌법재판소, 중앙선관위 기관장이나 또는 주요 장관이 있는 부서, 지자체장과 국가 예산을 5,000만 원 이상 받는 기관들의 장이 방첩사령부에 정보 요구를 하면 개인 정보를 수집해 준다"면서 "예를 들면 국회의장이 다음 총선에서 바뀌면 반대 당의 국회의원을 다 사찰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방첩사령부는 '통합방위' 업부에도 개입할 수 있는데, 이것이 민간인 사찰로의 길을 열어준다는 게 군인권센터의 주장이다. 임 소장은 "국가가 관리, 전시에 동원해야 될 물자들을 원활하게 협력하기 위해 기업에 민군 협력관이 들어가 있는데, 여기 업무에 개입해 일반 기업들까지 지원한다는 미명하에 다 사찰할 수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군기무사령부는 2018년 박근혜 정부 탄핵 때 계엄령을 검토하는 문건을 작성해 해편된 후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개칭됐다가 올해 11월 1일부로 방첩사령부로 다시 바뀌었다. 임 소장은 "2018년 기무사 해체 당시 지역을 감시하고 동향을 살피는 600부대가 세월호 유가족들 사찰하다가 민간인 사찰로 유죄 판결을 받고 부대가 다 없어졌다"면서 "이것을 이제 령에 신설해서 합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군인권센터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인권센터가 비판한 국군방첩사령부령 개정은 "신기술 도입에 따른 직무수행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직무 범위를 구체화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정치관여 행위, 직무를 벗어난 민간사찰, 권한오남용 등을 금지하는 '3불 원칙'은 변함없이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문제가 된 공공기관장의 요청에 따라 정보업무를 수행한다는 조항에 대해선 "법령에 근거해서 요청한 경우에만 협조가 가능하다는 제한적 조항"이라고 강조하면서 "국군방첩사령부의 부대혁신은 보안방첩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것으로 이를 왜곡한 모 단체(군인권센터)의 발표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기무사, 2018년 탄핵 소추안 논의 때 보수단체 지지시위 독려 제안"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국군방첩사령부령 개정안 입법예고 규탄 기자회견에서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의 전신인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부대 명칭, 임무 범위 등 개정안 준비를 위해 부대 혁신 TF를 운영해 온 것으로 파악된 자료를 가리키고 있다. 뉴스1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국군방첩사령부령 개정안 입법예고 규탄 기자회견에서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의 전신인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부대 명칭, 임무 범위 등 개정안 준비를 위해 부대 혁신 TF를 운영해 온 것으로 파악된 자료를 가리키고 있다. 뉴스1

군인권센터는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2018년 당시 기무사가 촛불집회를 압박할 '맞불 집회'를 지원하기 위해 '태극기부대'로 불리는 보수 민간단체 활동에 관여한 정황도 공개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당시 기무사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논의되는 상황을 '비정상'으로 인식했고, 당시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주요 안보·보수단체장 격려 전화 또는 간담회 개최'를 제안하기도 했다. 센터는 "기무사가 이들 단체를 사주해 박근혜 퇴진 반대 시위를 물밑에서 적극적으로 조직하는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방첩사령부령 개정안 마련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지적됐다. 임 소장은 "지난 3월부터 군사안보지원사령부는 방첩사령부로 가기 위해 모종의 TF를 구성해 음모를 꾸몄다"면서 "부대 개편은 통상 대통령 인가를 받아야 하고,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과 각군 참모총장이 모여서 논의해야 하는데, 당시 서욱 국방부 장관이나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비밀리에 TF를 가동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결책으로는 방첩사령부를 통제할 입법을 주장했다. 임 소장은 "국가정보원은 국정원법이 있어서 불법적인 행위를 하면 들통 나서 처벌을 받는데, 방첩사령부는 법이 없다"면서 "국정원처럼 문민 통제를 받으면서 가지 않으면 지난번 계엄령 문건처럼 촛불집회를 무력 진압하려고 하는 그런 잘못된 행위들을 반복적으로 시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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