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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초점] 드라마 주인공은 뚱뚱하면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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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해도 되겠네"라는 말은 오랜 시간 동안 외모에 대한 칭찬으로 여겨졌다. 날씬한 몸매와 매력적인 비주얼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요즘 연예인들은 조금 다르다. 과거에는 통통한 스타들을 주로 개그 프로그램에서 만나볼 수 있었는데 이들의 영역은 점점 확대됐다.
iHQ '맛있는 녀석들'은 통통한 연예인들만 고정 멤버로 이름을 올린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먹방 프로그램의 대표 주자이기도 하다. 유민상 김민경 문세윤 김태원 홍윤화로 구성된 출연진은 뚱5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멤버들은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맛보며 보는 이들의 침샘을 자극한다.
tvN '한도초과' 역시 날씬하지 않은 스타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김민경 신기루 홍윤화 풍자가 출연자로 시청자들을 만나는 중이다. '한도초과'는 긍정, 재미, 에너지, 행복이 모두 넘치는 4명의 출연자들이 매회 여행, 패션, 뷰티, 먹방 등 다양한 주제를 선정해 일상 속 재미를 보여주는 예능이다. 김민경은 '맛있는 녀석들'과 '한도초과' 모두에서 활약 중이다.
중요한 점은 이 출연진들은 날씬하지 않아도 행복하다는 사실이다. '맛있는 녀석들' 멤버들은 밝은 표정으로 미식을 즐긴다. 두 볼이 빵빵하게 음식을 넣은 채 기쁜 표정을 지어 보이고 요리를 맛있게 즐기는 팁을 소개한다. '한도초과' 출연자들은 자체 패션 위크를 통해 각자의 매력을 뽐내고 함께 춤을 추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일상을 즐겨왔다. 홍윤화는 "'춤은 날씬한 사람들만 추는 거다'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는 말로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날씬하지 않은 스타들의 존재감은 더 이상 작지 않다. 2020년 유민상은 '맛있는 녀석들' 5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처음 시작할 때 '뚱뚱이 네 명이 밥 먹는 걸 누가 봐 주냐' 했는데 많이 봐 주시더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늘날 이들의 영역은 '맛있는 녀석들' '외식하는 날 앳 홈(외식하는 날 at Home)' 등 먹방 프로그램을 넘어 일상 속 유쾌함을 전하는 예능까지 다양하다. 한 프로그램에 모인 이들은 밝은 표정으로 일상을 즐기는 중이다.
하지만 드라마, 영화계에서는 여전히 뚱뚱한 주인공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예능은 스타 그 자체가 콘셉트가 되지만 드라마, 영화에서는 아니기 때문이다. 배우는 캐릭터의 옷을 입은 채 보는 이들의 연애 판타지를 충족시켜야 한다. 한 PD는 본지에 "대다수 드라마, 영화는 사랑 이야기를 담는다. 본인과 남자 주인공, 혹은 여자 주인공의 로맨스를 상상하는 시청자들이 많은데 이들은 날씬하고 비주얼적으로 훌륭한 캐릭터를 보며 더 큰 설렘을 느낀다"고 말했다. "외모가 뛰어날 때 판권이 해외에도 잘 팔린다"고도 했다. 대본이 있어도 배우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는 점도 우려를 낳는 부분이다. 이 PD는 "예쁘고 잘생기게 나오고 싶어 하는 배우가 많다. 살을 찌워야 하는 역할을 선호하는 이가 거의 없을 거다"라고 했다.
많은 시나리오를 접해온 한 방송 관계자의 설명 역시 비슷했다. 이 관계자는 "시청자들이 드라마, 영화에서 비주얼적으로 뛰어난 캐릭터들이 연애하는 걸 원한다. 예능, 유튜브에서 뚱뚱한 사람들이 보이기도 하지만 드라마, 영화와는 콘텐츠의 성향 자체가 다르다. 예능과 유튜브에서는 현실적인 내용이 인기를 끌고 있으나 드라마의 경우는 아니다. 시청자들이 비주얼적인 부분을 중요시하기에 배우들도 촬영 전 단기간에 10kg씩 감량하는 거다"라고 전했다.
물론 아름다움의 기준은 꾸준히 변하고 있다. 지성미와 성품도 아름다움을 판단하는 중요한 가치가 됐고 무쌍꺼풀, 주근깨가 매력 포인트로 자리 잡았다. 신윤복의 '미인도' 속 작은 눈과 통통한 볼살을 지닌 여인은 지금의 미의 기준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 오랜 시간 인간이 가져왔던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을 한순간에 내려놓긴 쉽지 않지만 그 기준이 점점 달라지고 내면에 무게가 실린다면 언젠가 지금과 다른 외모의 주인공을 보는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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