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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해발 4000m 안데스산맥서 뽑아 올린 소금물 리튬..."미래 포스코의 희망이 듬뿍 담겼다"

입력
2022.12.21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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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아르헨티나 리튬 생산현장 가보니

12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살타주의 포스코 리튬 공장의 폰드 앞에서 오재훈 포스코아르헨티나 DP생산기술실장이 염수에서 리튬을 채취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박소영 기자

12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살타주의 포스코 리튬 공장의 폰드 앞에서 오재훈 포스코아르헨티나 DP생산기술실장이 염수에서 리튬을 채취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박소영 기자


12일(현지시간) 포스코가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 양극재를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리튬을 생산한다는 소금 호수로 가는 길은 '상승'의 연속이었다. 고도 0m인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출발, 비행기로 두 시간 거리인 고도 1,300m 살타주에서 다시 8인승 경비행기를 타고 30분 동안 올라가서야 고도 4,000m의 안데스산맥 속 '옴브레 무에르토'가 모습을 드러냈다.

스페인어로 '죽은 남자'라는 뜻을 가진 이곳은 잔잔한 호수가 펼쳐질 것이란 예상과 달리 갈색빛 평원에 낮은 잡목만 자랄 뿐 나무도 물도 없었다. 하지만 이곳은 포스코 미래의 한 축을 책임질 '기회의 땅'이었다. 포스코 관계자는 비행기에서 내리는 취재진에게 "메디컬 체크를 받고 공장에 들어가야 하고 고산병 증세가 있으면 반드시 약을 먹고 산소마스크를 껴야 한다"고 당부했다.



'리튬 삼각지대'에 여의도 30배 면적 광권 획득한 포스코

포스코 리튬 생산 염호. 그래픽=강준구 기자

포스코 리튬 생산 염호. 그래픽=강준구 기자


호수가 있는 푸나(puna) 지역은 중앙 안데스산맥 내 남측 고지대 평원으로 칠레, 볼리비아, 아르헨티나의 '리튬 삼각지대'다. 이 세 나라가 전 세계 염수 리튬의 70%를 보유 중인데 대부분 원산지가 푸나다. 사막 지형인 데다 화산지대로 지하에 리튬을 품은 염수가 항아리처럼 고이는 모양새다. 2018년 8월 포스코는 호주의 자원개발 전문업체 갤럭시리소스사로부터 면적 1만7,500ha의 호수 북측 부분을 2억8,000만 달러에 사들였다. 이후 추가 광권 획득으로 여의도의 약 30배에 해당하는 2만5,500ha로 넓어졌다.

현장에서는 지하수를 뽑아내는 길쭉한 관정 설비들이 눈에 띄었다. 지하 100~400m 아래의 염수층에서 염수를 뽑아내는 것으로 갓 뽑아낸 소금물은 리터당 921mg의 리튬이 들어 있다. 리튬 농도가 높을수록 적은 염수에서 많은 리튬을 뽑을 수 있다. 오재훈 포스코아르헨티나 DP생산기술실장은 "이곳의 리튬 농도는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푸나 호수의 리튬 매장량은 추산치 여섯 배 행운도"

아르헨티나 살타주 푸나 지역 4,000m 고지대에 위치한 염호 옴브레 무에르토와 포스코의 염수 리튬을 채취하는 공장 모습. 포스코그룹 제공

아르헨티나 살타주 푸나 지역 4,000m 고지대에 위치한 염호 옴브레 무에르토와 포스코의 염수 리튬을 채취하는 공장 모습. 포스코그룹 제공


국내에서는 낯선 염수 리튬 사업에 도전하며 포스코는 우여곡절을 숱하게 겪었다. 갤럭시리소스사로부터 광권을 넘겨받을 때 중국 업체와도 치열한 경쟁을 펼친 데다 현장이 너무 높은 곳이라는 점도 큰 난관이었다. 지난해 말 염호 옆에 경비행기 활주로를 만들기 전까지 직원들은 살타주에서 8시간 동안 안데스산맥을 넘어 출퇴근을 했다. 지금도 경비행기로 실어 나를 수 없는 설비는 육로로 이송하고 있다. 고산병 증세에 대비해 의료진이 상주하고 고압산소 체임버를 갖췄으며, 직원들은 살타의 하공정 공장과 교대 근무를 한다.

반면 뜻밖의 '행운'도 있었다. 염호 인수 후 미국의 염수리튬 전문 컨설팅 업체의 탐사 작업을 통해 이곳의 리튬 매장량은 포스코가 인수 당시 추산한 220만 톤의 6배에 달하는 1,350만 톤(탄산리튬 기준)으로 확인됐다. 이대로라면 포스코는 탄산리튬 기준 약 280만 톤, 수산화리튬 기준 약 300만 톤의 제품이 생산될 수 있는 규모로 추정했다.



염수 리튬 생산량 2030년 10만톤 목표..."세계 최대 규모"

12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살타주 염호 옴브레 무에르토의 포스코 리튬 생산 공장에서 이상룡 포스코아르헨티나 건설인프라개발실장이 염수를 햇빛에 말려 리튬 농도를 높이는 폰드 앞에서 공정을 설명하고 있다. 박소영 기자

12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살타주 염호 옴브레 무에르토의 포스코 리튬 생산 공장에서 이상룡 포스코아르헨티나 건설인프라개발실장이 염수를 햇빛에 말려 리튬 농도를 높이는 폰드 앞에서 공정을 설명하고 있다. 박소영 기자


'물 없는 염호'에는 마치 염전과 같은 모양의 폰드(인공호수)가 펼쳐져 있었다. 둘레만 4km가량인 60ha 넓이의 폰드에서는 서너 달 동안 4단계에 걸쳐 물은 증발시키고 소금 결정과 불순물들을 없애 가며 리튬 농도를 최종적으로 리터당 4g까지 높인다. 오 실장은 "광석 리튬은 불순물 제거에 비용이 많이 든다"며 "이산화탄소 배출까지 되지만 염수 리튬은 햇빛에 말리는 것이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염호 시범공장에서 추출된 인산리튬. 살타주의 하공정 공장에서 수산화리튬으로 생산된다. 박소영 기자

아르헨티나 염호 시범공장에서 추출된 인산리튬. 살타주의 하공정 공장에서 수산화리튬으로 생산된다. 박소영 기자


염호 공장에서는 후처리를 통해 염수에서 인산리튬을 뽑아내고, 살타주 외곽의 산업단지의 하공정 공장으로 보내 최종 제품인 수산화리튬으로 만든다. 수산화리튬은 한국 기업이 주로 쓰는 삼원계(NCM) 배터리에 들어간다. 이상룡 포스코아르헨티나 건설인프라개발실장은 "단계를 거듭해 폰드에서 고농도 농축 리튬을 만들어내는 것은 포스코의 독자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아르헨티나 염호에 건설 중인 1단계 공장. 박소영 기자

아르헨티나 염호에 건설 중인 1단계 공장. 박소영 기자


현장에서는 본격적으로 수산화리튬을 생산할 1단계 공장의 빔을 세우고, 기계를 설치할 수 있는 토목 공사가 한창이었다. 2024년 4월 공장이 다 지어지면 연 2만5,000톤의 수산화리튬을 생산할 예정이다. 이에 맞춰 폰드 역시 여의도 면적의 1.9배인 550ha까지 확장한다.

옴브레 무에르토는 앞으로 25년 상반기 준공 예정인 2단계 공장, 2028년까지 준공을 목표로 한 3, 4단계 공장 등 포스코의 염수 리튬 생산의 중심 기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그룹에 따르면 2030년 포스코의 전체 리튬 생산량 목표치 30만 톤이다. 이 중 옴브레 무에르토에서 4단계에 걸쳐 생산되는 리튬 10만 톤에 재활용 리튬 생산 3만 톤이 더해지면 이곳에서만 13만 톤을 책임질 예정이다. 김광복 포스코아르헨티나 법인장은 "염수 리튬 10만 톤은 세계 최대 규모"라고 강조했다.

살타(아르헨티나)=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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