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사실상 '금리 인상'...엔화 강세에 증시는 요동

입력
2022.12.20 19: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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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금리 변동폭 확대로 금리 인상 효과
엔화 가치 오르고 아시아 증시 급락
구로다 "긴축 아니다" 해명...'저금리 기조' 포기 관심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 보관 중인 엔화. 서울=연합뉴스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 보관 중인 엔화. 서울=연합뉴스

일본은행이 20일 장기 금리의 상한을 높이며, 기존의 금융 완화 정책을 일부 조정했다. 사실상의 '금리 인상'이라는 평가가 나오며 주가가 급락하는 등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금리 인상이 아니다"라고 해명하며, 일본은행이 긴축 기조로 돌아섰다는 시장의 해석을 부인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이날 일본은행이 금융정책결정 회의에서 장기 금리 변동폭을 기존 0.25%에서 0.5%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장기 금리가 그동안 변동 폭 상한선(0.25%) 근처에서 움직이고 있어서, 이 조치는 사실상 '금리 인상'에 해당한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장기금리 변동폭 확대는 지난해 3월 0.2%에서 0.25%로 수정한 이후 처음이다. 다만 일본은행은 단기 금리는 기존 마이너스(-0.1%) 수준을 유지하고, 장기 국채 매입 규모도 확대하기로 하는 등 완전한 긴축 기조로 돌아서지는 않았다.

일본은행의 이번 결정에 시장도 예상 밖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엔저(엔화 가치 하락)와 고물가라는 부작용이 심해짐에도 일본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 금융완화 정책을 고수해 왔기 때문이다. 엔·달러 환율은 올해 10월 21일 달러당 151엔대 후반까지 올랐고, 10월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3.6% 오르며 40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결국 급격한 물가 상승과 환율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일본은행이 완화 기조를 포기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일본은행은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는 등 금융 환경에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며 장기금리 변동폭 확대 배경을 설명했다.

깜짝 발표에 도쿄증시 급락, 엔화 상승

20일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장기 금리 상한을 0.50%로 확대한 후 엔·달러 환율이 발표 전 137엔대에서 133엔대까지 떨어진 모습이 도쿄의 시황판에 나타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20일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장기 금리 상한을 0.50%로 확대한 후 엔·달러 환율이 발표 전 137엔대에서 133엔대까지 떨어진 모습이 도쿄의 시황판에 나타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일본은행의 깜짝 발표 후 시장은 요동쳤다. 사실상의 '금리 인상'이라는 해석에 엔화 가치가 오르며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37엔대에서 132엔대로 떨어졌다. 일본은행도 긴축 기조에 합류했다는 해석에 증시는 급락했다. 도쿄증시의 간판 지수인 닛케이225는 2.46% 급락해 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스피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약세를 보였다.

다만 구로다 총재는 시장의 예민한 반응을 의식한 듯, 이번 장기금리 변동폭 확대가 금리 인상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금융정책결정회의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변동 폭 확대는) 장단기 금리 조작이 더 안정적으로 기능하도록 한 것이지 금리 인상이나 금융 긴축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본은행의 미묘한 정책기조 변화에, 구로다 총재 임기 이후 일본은행이 금융완화 정책을 포기할지에 대한 관심도 쏠린다. 교도통신은 금융완화 정책을 주도해온 구로다 총재의 내년 4월 임기 종료를 기점으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경제 정책 개정 방침을 굳혔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아다치 미사미치 유비에스(UBS) 증권 일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의 결정은) 출구전략으로 향하는 첫걸음"이라며 "새 총재가 부임하는 내년 실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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