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시 실기곡 유출' 연세대 교수, 징계는커녕 퇴임 음악회까지 열렸다

입력
2022.12.21 04:30
수정
2022.12.21 15: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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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임 전 제자들 준비한 감사 음악회 열려
연대 진상조사위, 유출자 몰라 징계 못 해
퇴직연금 삭감, 절반 유보 조치도 적용 안 돼

연세대 음악대학 홈페이지 화면 캡처

연세대 음악대학 홈페이지 화면 캡처

'입시 지정곡' 유출 혐의로 구속된 유명 사립대학 교수가 경찰 수사를 받던 시기 그의 퇴임을 기념하는 감사 음악회가 개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음악회 팸플릿엔 제자 일동 명의로 'A교수님께 존경과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음악회를 준비했다'는 소개글이 있다. 입시비리라는 중대한 혐의에 연루된 교수가 제자들의 축하와 감사를 받으며 퇴임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2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올 6월 연세대 교정 내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이 학교 음악대학 피아노과 A교수의 퇴임 기념 감사 음악회가 열렸다. 음악회는 연대 피아니스트로 구성된 '포더피아노(For The Piano)'에서 주최했고, 연대 음대 동문회가 후원했다. 음대 관계자 및 학생 등 100여 명이 참석해 A교수 제자 16명의 연주를 감상했다. 책정된 티켓 가격은 2만 원. 다만 행사 관계자는 "실제 티켓을 팔지는 않았고, 전석 무료 초대였다"고 했다. A교수는 2개월 뒤인 올 8월 정년퇴임했다.

음대의 경우 제자들이 퇴임을 앞둔 스승을 위해 음악회를 준비하는 게 관례라고 한다. 문제는 해당 음악회 당시엔 입시 지정곡 유출 혐의로 A씨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었다는 점이다.

A교수는 자신에게 불법 과외를 받던 입시생 B씨에게 지난해 8월 연대 입시 실기시험으로 나올 곡을 미리 알려준 혐의를 받는다.

B씨가 음대 입시 준비생들이 모인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출제곡을 언급해 사건은 들통났다. 다음 날 연대가 이 곡을 실기곡으로 공지하자 입시생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다. 연대 음대는 실기곡을 바꾼 뒤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고, 이후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올 9월 A교수 연구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A교수는 지난 16일 업무방해 및 학원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됐다.

그러나 음대 진상조사위는 경찰의 압수수색 전까지 혐의자가 A교수인지 까맣게 몰랐다. 학교 관계자는 "자체 조사로 입시곡 유출자를 파악하지 못해 수사 의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의 압수수색 직전 A교수가 퇴임했기 때문에 학교 차원의 징계도 없었다. 연대 정관에 따르면 금품 비위 등으로 수사기관 수사가 진행 중일 경우 직위해제 및 면직 등 처분을 할 수 있다. 또 그가 퇴임 전 파면됐다면 퇴직연금도 절반으로 삭감되는데 A교수에겐 이 규정도 적용되지 않았다. 연대 관계자는 "구속이 될 만큼 혐의가 무거워 징계위가 열렸다면 파면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며 "수사 결과가 나오면 법적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사학연금)은 연금 수령 대상자가 수사를 받고 있을 경우 퇴직연금 절반의 지급을 유보하는데, A교수는 여기에도 해당되지 않았다. 사학연금이 형벌 조회를 분기별로 하고 있어 퇴직 당시 수사받고 있단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서다. 사학연금 관계자는 "현재로선 환수 조치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형이 확정되면 법에 따라 이미 지급한 퇴직연금의 절반을 환수 조치하고, 나머지 연금액의 절반을 감액한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오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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