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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한령과 ‘문화 만리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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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중국 영화는 1980년대 초반까지 죽의 장막 안에 웅크리고 있었다.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정책과 함께 세계 영화계로 진출했다.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붉은 수수밭’(1988)이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으며 저력을 알렸다. 천카이거(陳凱歌) 감독의 ‘패왕별희’(1993)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영화 강국의 면모를 과시했다. 2000년대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며 영화 시장이 급속도로 커졌다. 2020년 세계 최대 시장이 됐다.
□ 중국 영화산업은 급성장했으나 표현의 자유는 오히려 위축됐다. 검열이 엄격해졌다. 2016년 중국의 품위와 명예, 이익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내용의 영화는 제작과 상영을 금지시키는 관련법이 만들어졌다. 중국 영화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해외 영화 역시 중국 당국의 혹독한 승인 과정을 거쳐야 상영이 가능하다. 장이머우 감독의 ‘원 세컨드’(2020)는 2019년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고도 이례적으로 상영 직전 상영을 취소했다. 검열이 발목을 잡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 세계를 호령하는 할리우드 영화는 중국에서 맥을 못 춘다. 내용을 문제 삼아 수입 허가를 잘 내주지 않으니 흥행몰이를 할 기회조차 없다. 2020년 기준 중국 영화 시장 85%가 자국 영화 차지였다. 지난해 흥행 순위 1~5위 모두 중국 영화였다. ‘장진호’ 등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영화들이 대부분이었다. 지난해 수입 영화 중 미국 영화 비율은 39%로 2019년(47%)보다 8%포인트 떨어졌다. 미중 갈등의 영향이 컸다.
□ 중국 정부가 영화 등 문화상품에 신경 쓰는 이유는 알 만하다. 국가 안위를 내세워 인민의 사상을 통제하기 위해서다. 장이머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할리우드 스타 맷 데이먼이 출연한 ‘그레이트 월’(2016)을 중국과 미국이 손잡고 만든 적이 있으나 이제 옛일이다. 중국이 ‘문화 만리장성’을 쌓으면서 미국 등 자유진영 대중문화가 대륙에 들어갈 틈은 좁아졌다. 2016년 사드 배치에 따라 시작된 ‘한한령’(한류 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가 최근 부풀고 있다. 신냉전 질서 속 해제 효과의 한계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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