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12조원 투자" 태광그룹 깜짝 발표…왜 "비현실적" 지적 나오나

입력
2022.12.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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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2년까지 7000명 채용"…직원 두 배 늘린다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빌딩 앞에 설치된 '해머링 맨'에 산타클로스 모자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빌딩 앞에 설치된 '해머링 맨'에 산타클로스 모자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태광그룹이 앞으로 10년 동안 12조 원을 투자하고, 신규 채용을 통해 직원 수를 두 배 가까이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를 두고 업계는 물론 시민단체 등에선 현재 회사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투자 및 채용 규모라며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19일 태광그룹은 석유화학·섬유 등 제조와 금융·서비스 부문에 12조 원을 투자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약 7,000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룹에 따르면 모태기업인 태광산업을 중심으로 석유화학 부문에 약 4조 원을 들여 친환경·고기능성 소재를 중심으로 신사업을 키우고, 설비 및 환경 개선에 약 2조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섬유 사업 부문은 새 사업에 1조5,000억 원을 투입하고, 스판덱스와 아라미드 공장 증설에 속도를 내는 등 기존 사업 개선에도 2조4,0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태광그룹은 금융 부문에도 2조 원을 투자, 보험 계열사인 흥국생명·흥국화재에 인공지능(AI) 계약인수 및 보험금 지급 시스템 등을 마련하고, 정보기술(IT) 하드웨어 시스템 리뉴얼 작업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라고 밝혔다.

태광그룹은 "미디어 계열사 티캐스트와 티알엔에도 약 2,300억 원을 투입해 자체 콘텐츠 개발과 인터넷·모바일 쇼핑몰 및 인프라 투자에 나선다"며 "10년 동안 집행하는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주력사업 강화, 기술 혁신, 미래 먹거리 발굴에 힘 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투자 계획의 구체성과 비현실성을 떨어지는 점을 지적하면서 곱지 않은 시각을 보낸다. 현재 그룹 전체 직원 수가 6,900여 명인데, 은퇴자를 감안하더라도 10년 내 직원을 두 배 수준으로 늘리려면 모든 계열사가 매년 승승장구해야 실천 가능한 계획이라는 얘기다.

최근 태광산업이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를 통한 4,000억 원대 지원을 계획했다가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된 데 대한 부정적 여론을 돌리기 위해 내놓은 카드라는 목소리와 함께, 연말 이호진 전 회장의 특별사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선심성 투자 계획이라는 비판도 이어진다.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했다가 지난해 10월 만기 출소한 이 전 회장은 출소 이후 5년 동안 취업을 할 수 없어 경영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공시에는 12조 원이 아닌 10조 원(석유화학 부문 6조 원·섬유부문 4조 원)으로만 기재돼 있다"며 "내용조차 부실해 이 전 회장의 사면복권을 위한 공수표로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를 상대로 한 대기업의 흥정과 다를 바 없어 그 진정성과 현시성이 다분히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지난 하반기 들어 준비하고 있던 투자 계획으로 안다"며 "회사 차원에서 더 세부적 계획을 그릴 것"이라고 전했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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