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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 진출의 숨은 공신 나상호 "막상 부딪히니 세계적인 팀과도 해볼 만"

입력
2022.12.19 17:42
수정
2022.12.19 17:5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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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 1차전 '깜짝 선발'
다르윈 누녜스 철통방어하고
오른쪽 측면 공략하며 성공적인 데뷔전
우려 불식시키며 존재감 증명

나상호가 19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인근 카페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공인구 알릴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나상호가 19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인근 카페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공인구 알릴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막상 부딪혀보니 할 만하더라고요.”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을 통해 꿈의 무대를 밟은 나상호(FC 서울)는 이번 대회를 돌아보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루과이 선수들의 피지컬이 확실히 좋았다”면서도 “동시에 ‘세계적인 선수들도 월드컵 무대에서는 긴장을 하는구나’라는 걸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누가 실수를 덜 하고, 누가 더 자신감 있게 플레이하는지의 싸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한국 축구 16강 진출의 숨은 공신 나상호를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나상호는 그야말로 ‘깜짝 선발’로 월드컵 무대에 데뷔했다. 그 역시 경기 당일에 출전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럼에도 부담보다는 설렘이 더 컸다고 했다. 나상호는 “만약 내가 경기에 나서면 120% 실력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가 대체해야 했던 황희찬(울버햄튼)을 딱히 의식하지도 않았다. 그는 “희찬이처럼 하려고 하면 무리하게 되고, 내가 원하는 플레이 스타일이 안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확실히 수행해야겠다고 다짐하고 경기장에 나갔다”고 떠올렸다.

그의 다짐은 성공적이었다. 나상호는 후반 75분 교체돼 그라운드를 떠날 때까지 공수에서 엄청난 활동량을 자랑했고, 오른쪽 풀백으로 나선 김문환(전북 현대)과 함께 다르윈 누녜스(리버풀)를 틀어막았다. 뿐만 아니라 마티아스 올리베라(나폴리)가 버티고 있는 오른쪽 측면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상대를 괴롭혔다. 그는 “4년 동안 몸에 익힌 움직임을 그라운드에서 그대로 보여줬을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맨투맨 상대였던 올리베라에 대해서는 그와 같은 소속팀에서 뛰고 있는 김민재(나폴리)에게 물어보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며 경기에 대비했다.

사실 대회 전까지만 해도 나상호를 둘러싼 여론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그는 최근 대표팀과 리그에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팬들의 우려를 샀다. 그럼에도 대표팀에 매번 소집되는 그에게 팬들은 ‘벤투픽’, ‘벤투호의 황태자’ 등의 조롱조의 별명을 붙였다.

나상호는 이에 대해 “속상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며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그는 이어 “팬들의 비판과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막상 경기장 안에 들어서니 그런 생각이 하나도 안 들고, 그냥 ‘자신감을 가지고 후회 없이 해보자’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 웃으며 말했다.

나상호가 19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인근 카페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의 소회를 전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나상호가 19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인근 카페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의 소회를 전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1차전의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나상호는 가나전을 벤치에서 시작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전혀 속상하지 않았다”며 “어떻게든 팀이 이기는 게 최우선이었고, 나 역시 팀 승리에 어떻게든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고 전했다. 그의 다짐대로 나상호는 이날 후반전 교체 투입돼 조규성(전북) 동점골의 기점 역할을 했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부족한 면이 많다”며 스스로를 낮췄다. 나상호는 “가나전 후반전에 동료들이 많은 슈팅을 때렸는데, 나는 슈팅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며 “이 점은 내가 앞으로 더 보완하고 발전시켜야 할 부분”이라고 냉철하게 자신을 진단했다.

포르투갈전에는 직접 뛰지 않았지만, 역사의 한 장면을 함께한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나상호는 “희찬이의 결승골, 우루과이·가나 경기를 지켜보던 순간, 경기 후 라커룸에서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가 불러줬던 애국가 등 모든 게 꿈만 같은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브라질전은 축구선수로서 많은 공부가 됐다. 그는 “하피냐가 (황)인범이의 태클을 피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탄했다. 그런 모습들을 하나하나 배우려 했다”고 밝혔다. 브라질 선수들의 ‘세리머니 논란’에 대해서도 “물론 화가 날 수도 있지만, 그 선수들은 그만큼 월드컵이라는 무대를 즐기고 있던 것”이라며 “한편으로는 ’저렇게 즐기기 때문에 잘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전했다.

일상으로 돌아온 나상호는 내년 초까지 열흘 넘는 휴가를 얻었다. 그러나 마냥 쉬기만 하는 건 아니다. 그는 언론 인터뷰, 각종 행사 등을 소화하고 틈틈이 몸도 만들고 있다. 이날도 새벽같이 일어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 다음 시즌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다. 나상호는 “개인적으로는 공격포인트를 늘려서 예전의 나상호로 돌아가고 싶고, 주장으로서는 서울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진출시키는 게 목표”라고 각오를 다졌다.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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