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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꿈틀거리는 미국의 혁신

입력
2022.12.20 00: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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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진행 중인 중국의 기술 도전과 미국의 대응을 지켜보면서 무엇이 궁극적으로 미중 기술경쟁의 승패를 결정하게 될지, 미국이 과연 선두 혁신국가로서의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첨단기술 수출통제 등을 통해 중국의 기술 굴기를 견제하는 한편, 미국의 기술혁신 역량 강화를 위해 반도체과학법,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을 제정하여 첨단기술에 대한 투자를 대대적으로 증대시키고 있다. 하지만 최점단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이 미국의 대중 수출규제에 대해 최근 반발한 사례에서 보이듯, 중국 시장에 수출이 막힌 최첨단 칩이나 반도체 장비 기업들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어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는 앞날이 그리 밝지 못하다. 아울러 제정된 법들이 미국의 첨단 제조기술 혁신 역량 강화라는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까지 넘어야 할 산도 높다.

미국이 경쟁력과 혁신역량을 강화하는 데 성공하리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현재 미국에서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기 위해 여기저기에서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예컨대 올여름 출범한 '아메리칸 프런티어 펀드'는 최초의 비영리 딥테크 투자펀드를 표방하고 있다. 투자자, 과학자, 전략가들이 함께 모여 설립한 이 펀드는 미국이 반도체 제조와 같은 중요한 첨단기술을 보유하지 못한 이유가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투자를 감당하기 쉽지 않은 미국 금융시장의 문제점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고 진단한다. 이들에 따르면 대부분의 벤처투자는 단기적 이윤 극대화를 목표로 진행되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중요한 기술들에 장기적으로 투자하기 어렵고 미국 정부 역시 전략 기술들에 투자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 이들은 민간은 물론 주정부와 같은 공공기관 등이 함께 참여하는 비영리 펀드를 조성하여 정확한 투자방법론을 적용하되 인내심을 가지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데 결정적인 반도체,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등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다른 한편 공공부문에서 지난 70년 동안 미국 혁신체제를 이끌어 온 구심점 가운데 하나인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이 올해 기술혁신파트너국(TIP)을 신설하였다. TIP는 미국의 경쟁력과 혁신 및 리더십 확보를 위해 미국 사회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사회 문제 해결을 첨단기술 연구와 연결시키고 이를 또 다른 혁신으로 확산시켜 나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TIP는 이사회, 정부, 산업계, 시민사회, 실무자 등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하면서 연구실에서 나온 결과물을 시장으로 내보내는 과정을 지원하며 주요 기술 및 산업 분야에서 미국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국방부문에서 기술개발 및 도입의 파급효과가 크지만 실패 위험이 매우 높아 일반적인 연구조직이 담당하기 어려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설립된 국방고위연구계획국(DARPA)의 성공 이후 이 모델을 에너지(ARPA-E), 국토안보(HS-ARPA), 국가정보(I-ARPA)에 이어 최근 보건 부문(ARPA-H)에 확장하고자 하는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 이 모든 시도의 성공 여부는 좀 더 지켜 보아야 알겠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올해 초 국정연설에서 언급한 '지금 미국에서 무엇인가 일어나고 있다'는 표현이 빈말이 아님은 확실한 듯하다.


배영자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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