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국내 남성 48%가 ‘비만’…30·40대 연령층이 가장 많아

입력
2022.12.18 09:10
수정
2022.12.18 14:31
20면
구독

비만에 노출되면 심근경색ㆍ뇌졸중ㆍ갑상선암 등 다양한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게티이미지뱅크

비만에 노출되면 심근경색ㆍ뇌졸중ㆍ갑상선암 등 다양한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게티이미지뱅크

남성 비만이 절반에 가까운 48%(2020년 기준, 국민건강통계)로 집계됐으며, 10년 전인 2010년(36.4%)보다 11.6%포인트 늘어났다. 게다가 비만 남성은 비교적 젊은 나이인 30대(52.2%)와 40대(50.8%)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비만 여성이 고령층에 집중된 것과 대조를 이룬다.

비만 진단은 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가 가장 널리 쓰인다. BMI가 23~24㎏/㎡이면 ‘과체중’, 25㎏/㎡ 이상이면 ‘비만’으로 진단한다. 몸무게와 관계없이 남성은 허리둘레 90㎝ 이상, 여성은 85㎝ 이상이면 ‘복부 비만’이다.

이처럼 비만 남성이 늘고 있지만 병원을 찾아 치료하는 남성 환자는 여성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비만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남성 환자는 9,676명으로 여성 환자(2만494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30·40대 남성 비만율이 같은 연령대 여성 비만율의 2배 이상인데도 여성만 대부분 치료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비만은 개인 의지나 습관 개선만으로는 감량에 실패할 때가 많으므로 병원을 찾아 적절한 비만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대한비만학회가 펴낸 ‘2021 비만 팩트 시트’에 따르면 비만 인구는 제2형 당뇨병의 발병 위험도가 정상 체중 인구보다 2.6배 높다. 특히 젊은 연령일수록 뚜렷하게 늘어나 20~39세 비만 환자는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도가 정상 체중 인구의 5.9배에 달했다.

또한 비만 남성 환자는 정상 체중인 남성보다 심근경색(1.2배)ㆍ뇌졸중(1.1배)ㆍ갑상선암(1.5배) 등에 노출될 위험이 높았다. 근골격계 질환, 담석 발생률 증가, 호흡기계 질환, 신경계 질환 발생 위험과 정신 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복부 비만인 남성은 전립선암에 걸릴 위험이 60%까지 늘어난다는 연구도 있다. 하유신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팀이 2015~2019년 50세 이상 남성 190여만 명의 허리둘레와 전립선암 상관 관계를 분석한 결과다.

고도 비만이라면 50세 미만이라도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45%까지 증가한다. 진은효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소화기내과 교수팀이 2009, 2010년 국가건강검진에 참여한 성인 977만 명의 건강 상태를 2019년까지 추적 관찰한 결과다.

이 밖에 비만 남성은 남성호르몬 농도가 떨어져 ‘성선기능저하증’을 일으켜 발기부전ㆍ성기 크기 감소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비만에 따른 남성호르몬 농도 감소는 젊은 남성 비만 환자에게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건양대병원 가정의학교실은 3년간 비만클리닉을 방문한 20~39세 비만 남성 환자 270명을 대상으로 혈청 남성호르몬 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를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BMIㆍ허리둘레ㆍ체지방률이 높을수록 남성호르몬 농도가 낮았다.

이들의 상관관계에 대한 정확한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남성호르몬 농도 감소는 내장지방 비율을 높이고, 상하부‧뇌하수체‧생식선 축을 억제한 채 남성호르몬 농도를 악화시켜 비만과 남성 호르몬은 서로 ‘쌍방향적 영향’을 주고받는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비만은 정확한 의학적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로 관리할 수 있다. 식이ㆍ운동ㆍ행동 요법과 함께 부가적으로 약물 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강지현 건양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최근 젊은 남성들에게서 비만 환자가 계속 증가하지만 병원을 찾는 비율은 낮다”며 “특히 최근 급증한 고도 비만 환자들은 개인 의지나 습관 개선만으로는 감량에 실패할 때가 많아 의학적 치료를 병행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