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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 방치하다간 돌연사 위험

입력
2022.12.17 07:10
수정
2022.12.1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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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구로병원이 알려주는 건강 정보] 노승영 고려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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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세의 남성 A씨는 3~4개월 전부터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무기력과 어지러움, 가슴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이전에는 고혈압 약을 복용 중이었지만 건강에 별 무리가 없던 상태로, 최근에 업무량이 늘면서 스트레스가 심해졌다.

시간이 없어 걷기 운동도 그만두고 스트레스에 술 한잔하는 날이 늘어났다. 이후 체중도 늘고 술을 마시면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것을 느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최근 증상이 더 잦아져 병원을 찾았다. 심전도 검사에서는 이상 소견이 없었지만, 72시간 웨어러블 심전도 기기 검사에서 맥박의 이상 소견, 즉 ‘부정맥(不整脈ㆍarrhythmia)’ 진단을 받았다.

◇심장 빠르거나 느리게 뛰는 부정맥

부정맥이란 심장박동이 정상적인 규칙성을 잃고 흐트러진 상태를 말한다. 인간의 심장은 일반적으로 분당 60~100회 정도 일정하게 뛴다. 이러한 심장박동에 문제가 생겨 맥박이 비정상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부정맥이라고 한다.

심장박동은 심장 내의 특정 부위에서 생성된 일정한 간격의 전기 신호가 심장 전체로 퍼져 나가면서 만들어진다. 부정맥은 이러한 전기 신호가 다른 부위에서 나오거나 잘 생성되지 않을 때 발생한다. 부정맥은 맥박이 빠른 ‘빈맥(頻脈)’과 느린 ‘서맥(徐脈)’으로 나뉜다.

부정맥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로 급성 심장마비다. 가장 심각한 부정맥인 심실세동(心室細動ㆍventricular fibrillation)으로 전조 증상 없이 나타나 돌연사(급성 심장사)할 수 있다. 5분 이내 심폐소생술(CPR)을 받지 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그러나 부정맥은 종류가 다양해 한 번 발생만으로 치명적인 것도 있지만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고 심장에 문제가 되지 않는 이른바 ‘양성’도 있다. 모든 부정맥이 급사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부정맥은 두근거림, 가슴 답답함, 호흡곤란, 어지러움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급격한 저혈압을 동반하면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기도 한다. 그러나 부정맥 증상과 그 심각성은 꼭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두근거림 등의 증상이 심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호전되는 것도 있고, 심방세동(心房細動ㆍatrial fibrillation)이라는 부정맥은 뇌경색을 일으키지만 상당수 환자에게서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맥박 이상이 의심되면 증상이 없어도 반드시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

◇부정맥은 왜 생길까?

부정맥 종류에 따라 원인도 차이가 나지만, 일반적으로 심장 자체 문제와 심장 이외 문제로 나눌 수 있다. 심장 자체 문제로는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서 발생하는 심장 노화ㆍ고혈압ㆍ당뇨병ㆍ심장 비대ㆍ심부전ㆍ심장 판막 질환ㆍ심근경색 같은 허혈성 심장 질환 등이 부정맥을 일으킨다.

심장 이외 문제로는 과체중ㆍ수면무호흡증ㆍ갑상선 질환 등 신체적인 문제가 있다.

최근에는 생활 환경 문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음주ㆍ흡연ㆍ과량의 카페인ㆍ흡연ㆍ과도한 스트레스ㆍ불충분한 수면도 부정맥 발생과 관련이 있다. 마약도 특정 부정맥을 유발해 급성 심장사를 일으킬 수 있다. 생활에 균형이 흐트러지면 심장에 영향을 주는 자율신경계 부조화를 일으켜 심장을 자극하거나 혈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웨어러블 심전도 검사로 진단

부정맥을 진단하려면 기본적으로 심전도 검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부정맥 증상이 지속되면 진단이 잘되지만 증상이 간헐적이라면 심전도 검사를 할 때 나타나지 않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부정맥을 진단하려면 병력 검사 및 신체검사 후 심전도, 심장 초음파 검사, 24시간 활동 심전도 검사, 운동 부하 검사 등이 필요하다. 특정 환자의 경우 다리 혈관을 통해 심장에 접근해 부정맥을 일으키는 전기 생리학 검사 같은 특수 검사가 유용하다.

최근에는 가슴에 붙이는 패치형 웨어러블 심전도가 상용화돼 장시간 측정 가능하며 스마트워치도 진단에 유용할 수 있다.

병원에 방문하기 전에도 자가 맥박 측정을 해볼 수 있다. 손목의 주름 있는 부위의 엄지손가락 쪽에 요골동맥이 있는데 여기에 반대편 2~3번째 손가락을 대면 맥박 측정이 가능하다. 불규칙하거나 한 박자 쉬었다가 뛰거나, 안정을 취할 때에도 아주 빠르게 뛰면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부정맥 예방ㆍ관리는 어떻게?

과량의 커피(하루 2잔 이상), 과음, 흡연, 과식 등은 부정맥을 악화시킬 수 있다. 특정 건강 보조 식품이나 성분을 모르는 한약 등도 부정맥 발생의 원인일 될 수 있다.

부정맥은 고혈압ㆍ심부전ㆍ관상동맥 질환 등과 동반해서 나타날 때가 많다. 따라서 짠 음식ㆍ기름기 많은 육류ㆍ튀긴 음식 등도 삼가는 게 특히 심방세동으로 ‘와파린’을 복용 중인 환자는 녹즙ㆍ채소 등에 의해 출혈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음식 섭취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걷기ㆍ자전거ㆍ수영 같은 숨이 약간 찰 정도의 유산소운동이 좋다. 무거운 것을 들거나 아주 격한 운동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근육 운동을 할 때는 중간 정도 중량으로 횟수를 늘리고, 부정맥 진단을 받은 환자는 운동을 하려면 주치의와 상의할 필요하다. 유산소운동과 근력 운동을 병행해 규칙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좋다.

겨울철에는 몸이 오랜 시간 추위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이른 새벽 야외 운동은 피하며, 기온이 낮은 시간대에 밖으로 나가야 한다면 체온 유지를 위한 보온에 신경을 써야 한다. 너무 뜨거운 물로 목욕하는 것도 삼가는 게 좋다.

노승영 고려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교수

노승영 고려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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